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모리 Mar 17. 2024

주도적으로 살기

80년대만 해도 지금과는 매우 대비되는 구시대적인 문화가 잔재했다. 남존여비 문화, 장남 우선시하는 집안 분위기, 직업의 귀천을 두는 문화이다. 이러한 문화는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온 구시대적 사고방식이다. 장남는 대를 이어야 한다며 귀하게 자랐고 둘째, 셋째는 여자든 남자든 소위 말해 잉여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다. 심지어 딸은 집안일만 돕기를 바랬다. 지금도 아들만 찾거나 아들만 잘 되길 바라는 부모가 여럿 존재한다. 사회적으로는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지만 공정하지 않은 사회를 살았던 부모들은 여전히 자식들한테 공정하지 못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는 자식을 가려 대한다. 공부 잘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식만 내 자식이고 그렇지 않은 자식은 남의 자식 취급한다. 모든 자식은 부모로부터 같은 사랑을 받고 싶어 하지만 몇몇 부모는 그것을 무시한다. 보통은 본인도 그렇게 살아왔고 그것을 당연시 여기기에 생겨난 사고방식이다. 자식 입장에서 부모를 골라 태어난 것이 아니고 누군가는 고통의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부모를 원망하고 있을 수도 있다. 자식의 성장을 돕진 않아도 멀리서 묵묵히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자식은 큰 힘이 된다. 자식의 앞길을 막으려 하고 주도적으로 살지 못하게 하는 부모는 자녀들을 고통과 불행 속에 살게 한다.


직업에 귀천을 두는 문화 또한 신분이 존재했던 조선시대에서부터 존재했던 문화이다.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자본을 많이 창출하거나 급여가 안정적인 직업이 우대받고 비정규직, 생산직, 육체 노동자가 천대받는 문화가 뿌리깊게 존재한다. 부모가 으레 하는 말인 '공부 안하면 저렇게 살아야 돼'라는 말은 자녀들에게 육체노동 천시와 동시에 그러한 일에 대한 공포를 심게 했다. 또한 '집안일에는 신경 끄고 공부에나 집중해라', '남들 놀 때 너는 공부해야 한다', '나처럼은 살지 마라'는 말을 들으며 살아온 자녀들은 특히 삶의 주도성을 빼앗긴 채 살아가게 된다. 사회적 조건은 바꿀 수 없으니 공부만 살길이라고 끊임없이 강조했다. 부모의 그러한 권위주의적 명령과 타박으로 자녀들은 진로의 개념으로서의 공부가 아닌 공포감이 심어진 공부를 하게 되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재능, 적성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공부를 위한 공부, 그저 급여 많이 받고 부모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다닐 수 있는 대기업 위주의 직장만을 선호하게 된다. 대학은 나와야 한다라는 부모의 가치관에 의해 현재 대부분의 고등학생 자녀들은 대학에 진학하고 있고 대학 진학률은 73%가 넘어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이다. 그렇게 지나치게 변질된 유교적 사고방식의 부모들이 다수이기에 경쟁은 치열할 수 밖에 없게 되며 그들이 경쟁을 더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리고 그 자녀 세대들은 그러한 지나친 경쟁에 허덕이고 있고 어떠한 세대보다도 큰 불행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지나친 사교육과 남을 밟고 올라서는 것, 남보다 나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입시키는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MZ 세대를 비롯한 현 세대는 학업에 있어서 무엇을 왜 배우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남보다 시험을 잘 보는 것이고 남보다 높은 성적을 받는 것이다. 혹자 또한 고등학교에 다닐 때 기숙사 배정 방식은 성적순이었고 야간자율학습 또한 성적으로 반이 나뉘었다. 도둑질이나 학교 폭력으로 혼나는 것이 아닌 문제를 틀려서, 성적이 안 좋아서 맞았다. 


모든 직업은 다 사회에 필요한 일이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대접을 받아야 한다. 모든 일은 최소한의 급여가 수급되어야 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하여야 한다. 일을 못 하겠으면 다른 적성에 맞는 일을 찾으면 되고 윗 사람 말 듣는 게 영 아닌 것 같다, 회사의 부품이 되기 싫다, 회사가 요구하는 아웃풋의 기준이 높다 등 회사가 안 맞으면 이직을 하든 창업을 하든 자영업을 하면 된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자유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노동의 의무가 있지만 직업을 고르는데에는 자유가 있으며 주도적인 삶을 살 권리 또한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외부의 피드백은 수용하되 남의 시선이 아닌 내 주관대로 행동하고 내 가치를 내가 스스로 채울 수 있는 삶, 회피하든 직면하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이 진정 주도적인 삶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사회는 출산율 대책으로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장시간의 근로시간 , 육아휴직 차별 대우, 시간당 생산성 저하, 고용형태간 기업간 남녀간 임금격차, 수도권 편중 현상, 젠더 갈등 등을 해소하는 데에 신경써야 한다. 과거 세대나 미래 세대가 아닌 현재 생산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현 세대가 어디서 행복을 찾는지, 어떤 삶을 추구하는지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행복한 글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