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서울을 탐색하는가

도로위에서 발견한 도시, 서울

by 김지웅
기억속 난곡동 골목 《이재호님 작품》


내가 매일 지나가는 서울의 그 길인데도,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들발길을 붙잡았습니다.

왜 여의도에는 단독주택이 안보일까.

을지로 지하상가는 어째서 그렇게 쭉 길게 이어져 있을까.

한강을 접한 압구정동의 오래된 아파트 창문은 그렇게 들쭉날쭉한 형태를 가지게 되었을까.

어떻게 이태원은 유난히 이방인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 되었을까.

서울을 오래 들여다보면 볼수록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였습니다.

'서울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도로 위에서 본 서울

는 10년 넘게 가로수 사이를 누비며 도시 구석구석을 운전해 왔습니다.

하루 10시간 이상, 서울의 도로 위를 달립니다.

여의도와 광화문, 강남과 명동, 영등포, 상계동을 오가며 서울의 도심과 변두리를 매일 관통합니다.


이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울을 지도 위가 아닌 현장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동네는 왜 도로가 유난히 반듯한지,

어떤 골목은 왜 그렇게 비좁은지,

어떤 지역은 갑자기 거친 산업지대로 변모했는지, 처음에는 단순한 궁금증이었지만 하나씩 들여다 보니

그 이유는 대부분 역사 속에 있었다는 걸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지금 서울의 모습은 과거의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일 거라는,


도시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떤 시대의 정책, 특정 시기의 경제 상황,

그리고 사회적 필요가 응축되어 도시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남대문 주변의 공간 구조,산동 우시장의 흔적,

이태원이라는 동네의 형성 과정, 그리고 계획도시 여의도까지, 지금의 서울은

과거 누군가가 내렸던 수많은 선택의 결과이며,

그 선택들은 오늘 우리가 매일 지나는 길이 되었습니다.


과거를 보면, 오늘의 서울이 보인다

도시의 역사를 돌아보는 일은, 단순히 옛이야기를 들추는 것이 아닙니다.

당시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이해하면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의 모습도 조금 더 또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도시는 마치 거대한 빌딩의 그림자와 비슷합니다.

맑은 날에는 그림자가 선명하지만

흐리고 비바람 치는 날에는 형체가 흐릿해지게 마련입니다.


과거를 알면늘의 서울이 왜 이런 모습인지 이해할 수 있고, 그 속에서 내일의 도시를 기대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서울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


나는 학자도 아니고 도시 전문가도 아닙니다.

그저 서울의 도로 위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도시를 관찰해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 만큼, 서울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논문 속의 박제된 서울이 아니라, 사람 냄새 나는 서울.

지도 속의 좌표가 아니라, 도로 위에서 온몸으로 체감한 서울의 모습,


그래서 이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서울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이 시리즈에서는

서울 곳곳에 숨은 구조와 현재의 모습, 그 이면의 이유를 다루고 있읍니다.

남대문, 독산동 우시장, 이태원,

을지로 지하상가, 여의도….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풍경이

어떤 역사와 선택 속에서 빚어졌는지

하나씩 따라가 보고 있습니다.


아마 25편 내외 정도면 시리즈가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이 기록이 서울을 배경으로 한 컨텐츠를 구상하는 제작자들에게 작은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서울은 매일 마주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낯설고 흥미로운 도시입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묻습니다.

《서울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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