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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Jun 10. 2023

카이 유후인 계단식 논 별채

가시지요 카이 유후인에 #2

아니! 계단식 논에 우리집이 있잖아!


카이 유후인 본관 2층 테라스에서 본 계단식 논과 단 두 채뿐인 별채.


카이 유후인 스탭의 안내에 따라 계단식 논 중간에 있는 독채로 향함. 봐도봐도 한층 더 마음에 드는 계단식 논 풍경. 여긴 천국이 틀림없음.


카이 유후인의 당분간 우리집.


어쩜 저렇게 예쁜 형상으로 조성을 했는지. 카이 유후인의 담당 스탭에 따르면 옛날 옛적 유후인의 진짜 풍경은 정말로 이랬을지도 모른다고. 이런 진심인 사람들. 카이 유후인은 호시노야에서 기존보다 한층 더 진심으로 열과 성을 다해 구축한 리조트로군.


계단식 논의 독채를 향해 조급해진 발걸음. 계단식 별채 뒷편의 출입문 앞에도 농경지가 조성돼 있음.


카이 유후인 스탭들의 세심함이 어느 정도냐면 가는 길 내내 사진을 권하고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은은한 미소로 기다리며 함께 즐거워해줌. 계단식 논 중간에 있는 독채 뒤편에도 조그만 계단식 논이 조성돼 있는 것을 보고 아 여긴 진심이구나 진짜 나를 위해 생겨난 곳이구나 싶었음. 즉, 우리집을 드나들 때에도 항상 마란 하늘이 비치고 초록 벼가 심긴 농경지를 볼 수 있단 말임. 고마워요 호시노야 고마워요 쿠마 센세.


계단식 논의 독채는 이름도 예쁜 타나다 하나레(棚田離れ). 계단식 논 별채라는 뜻.


계단식 논 중간에 있는 우리집은 타나다 하나레(棚田離れ) 102호. 말 그대로 계단식 논 별채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우리집은 계단식 논의 단 두 채뿐인 독채 가운데 계단식 논을 완전히 면한, 개인적으로는 카이 유후인에서 가장 좋은 룸이었음. 뒷집은 우리집이 부분적으로 계단식 논을 가리는데 반해 우리집은 테라스 앞으로 아무것도 거침이 없는 완연한 계단식 논 풍경이 펼쳐짐.


카이 유후인 타나다 하나레(棚田離れ) 내부의 계단식 논 풍광. 그저 미쳤음.


끼얏호우- 같은 소리를 내며 입실하는 현장을 매우 흐뭇하고 기쁘게 지켜보는 카이 유후인의 담당 스탭은 우리가 계단식 논이 펼쳐지는 거실 테라스에 크게 감탄하는 사이 다다미방 테이블에 웰컴 티(유후인 특산물인 레몬향이 나는 과일을 첨가한 시원한 녹차)와 생화 센베이, 그리고 따끈한 물수건을 준비해 줌. 카이 유후인은 어디를 가도 따끈한 물수건부터 건네줌. 매우 좋음.


다다미 특유의 향이 나는 거실의 풍광.


2인 거처로 최적화된 타나다 하나레 102호의 실내는 실로 넓음. 현관-드레스룸-복도(통유리창으로 계단식 논 보임)-좌측으로 화장실과 샤워실 및 외부로 이어지는 노천탕(계단식 논 조망)-우측으로 거실과 침실(당연히 최고의 계단식 논 뷰)에서 이어지는 테라스. 사실상 하루의 절반 이상을 외부 테라스에 앉아서 논멍하는데 보냄.


타나다 하나레의 테라스에서 계단식 논 멍 때리기.


밥 먹으러 본관 갈 때 빼면 시종일관 저러고 있었음. 테라스에 앉아서 차 마시고 책 보고 낮잠 자고. 딱 하나 문제는 아니지만 약간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면, 여기는 본관 테라스와 숙소동에서 매우 잘 보이는 곳임. 사실 우리집이 카이 유후인에 묶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바로 그 풍경임. 테라스에 앉아있으면 이쪽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잘 보이고 심지어 명왕성도 찍힐 것 같은 DSLR로 사진 촬영하는 숙박객도 있었음. (뭐야 사진 공유해요)


타나다 하나레의 테라스에서 본 계단식 논 풍광


그러나 그런 게 다 무슨 상관임. 고개를 들면 바로 이런 풍경이 보인다고. 초여름의 계단식 논이라고. 물이 가득 찬 논은 막 모내기가 끝나 초록색 아기 벼가 심겼고 수면에는 하늘이 파랗게 비친다고. 천국이라고.


타나다 하나레의 개인 노천탕.


저녁 시간까지 넉넉하게 여유가 있어서 옷 갈아입기 전에 목욕부터. 타나다 하나레에는 샤워부스에서 외부로 이어지는 개인 노천탕이 딸려 있음. 생각보다 탕이 크고 깊어서 입수하다가 조금 놀람.


하늘 아래 초록단풍 아래 온천수 노천탕.


대나무 관을 통해 24시간 콸콸 쏟아지는 유후인 온천수는 42도 수준인데 처음 발을 담글 때는 조금 뜨겁나 싶어도 금방 적응되는 온도. 파란 하늘이 보이고 좋아하는 여름의 초록 단풍나무도 있고 종이갓을 씌운 조명도 예쁘고. 그야말로 갓벽하지만.


타나다 하나레의 노천탕에서 보는 계단식 논 뷰.


무엇보다도 최고인 점은 노천탕이 계단식 논 뷰라는 것. 아이폰 카메라로 다 담을 수가 없을 정도로 감동적인 풍광이 펼쳐짐. 차가운 녹차를 마시며 들어가 있으면 여기야말로 극락임. 뜨거운 물에 오래 못 있는 편인데 여기서는 한 시간도 삽가능이었음.


카이 유후인의 하오리.


카이 유후인에는 리조트 내에서 입고 활동할 수 있는 실내복이 3벌이나 비치돼 있음. 옷을 챙겨갈 필요가 없음. (카이 유후인에 캐리어 없이 온 이유) 상하의로 구성된 진회색 사무에(作務衣)와 방한용의 남색 하오리, 그리고 진짜 예쁜 카키색 유카타(浴衣)와 겨자색 오비. 그리고 조리용 검은 버선도 있음. 의복의 질이 너무 좋아서 솔직히 호텔 상점에서 판매했으면 진심 구매각이었음. (단, 비매품)


온천욕 후 당장 갈아입은 사무에.


모든 숙박객들이 카이 유후인 내에서는 사무에를 입고 돌아다니기 때문에 간혹 고오급 요양소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함. 무엇보다도 카이 유후인의 모든 스탭들이 정말 진심으로 열과 성을 다해 편의를 돌봐주기 때문에 매 순간 멸종직전의 희귀한 천연기념물이라도 된 것 같았음.


계단식 논을 보며 즐기는 티 타임.


카이 유후인의 본관 라이브러리에 가면 에스프레소 머신과 각종 차가 준비돼 있고 대욕장 휴게실에도 아이스크림과 냉차를 몇 종류나 구비해 놨지만, 객실 내에 준비된 차의 종류도 매우 풍부하고 하나 같이 맛이 괜찮았음. 드립백 커피(산미가 전혀 없는 다크로스트), 가루 생강차(생강맛이 부드러워 거부감 없이 달고 맛있음), 호지차(취향의 맛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무난), 말차 가루를 배합한 녹차(차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말차를 즐기는 기분을 낼 수 있는 간편한 티백임에도 맛은 제법 훌륭) 등등.


생화를 곁들인 센베이.


웰컴티에 곁들였던 센베이는 단짠의 배율과 바삭하기가 완벽했음. 생화 부분에서는 풋풋한 풀내가 아주 살짝 나서 운치가 있달까 아무튼 가능하다면 구입하고 싶은 맛.


오이타현 특산 대나무를 십분 활용한 내부 인테리어.


거실에 면한 침실의 일본식 침구는 진심으로 폭신폭신. 헤드보드와 거실 소파는 유후인이 속한 오이타현의 자랑인 대나무를 활용해 일본의 전통적인 정취를 냄. 침실의 조명등도 대나무 공예인데 대나무 조롱 속 반딧불이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함. 실제로 조명이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깜짝깜짝 움직여서 밤에 매우 호젓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조도 조절이 되기 때문에 거슬림도 전혀 없었음.


저녁이 되면 유후산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하오리 착용.


곧 저녁 가이세키 예약 시간. 본관 식당으로 이동하기에 앞서 하오리 착용하고 거실 테라스에서 잠시 논멍. 유후인은 이미 초여름에 접어들기 시작했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카이 유후인이 면한 유후산으로부터 서늘한 산바람이 불어 들어 기온이 크게 선선해짐. 사무에 위에 하오리를 걸치면 딱 좋은 기온이고, 무엇보다도 하오리 디자인이 제법 늠름해서 사무에만 입는 것보다 격식이 있어 보임.


타나다 하나레 복도의 통유리창과 계단식 논 뷰.


봐도봐도 마음에 드는 우리집의 계단식 논 뷰. 어느 공간에서도 논멍이 가능함. 화장실과 샤워 부스에서도 계단식 논 감상이 가능한데 혹시라도 밖에서 못 볼 꼴을 보일까 봐 조금은 자제했음.


계단식 논과 타나다 하나레 별체.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는 우리집. 저녁 먹고 돌아오겠음.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사진·본문 불펌은 안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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