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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Jun 15. 2023

카이 유후인 저녁 가이세키

가시지요 카이 유후인에 #3

저녁은 가이세키 되시겠다.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도 끊임없이 우리집 찰영.


목욕을 했으니 밥을 먹어야 함. 카이 유후인에서의 첫날 저녁식사. 오이타현 특산물로 차리는 가이세키인데 평이 좋은 편. 계단식 논 독채의 우리집에서 본관 1층 식당까지 이동하는 길에도 끊임없는 작품 활동 중.


저만치 우리집이 보이는 창가 자리.


체크인 시 지정한 식사시간에 맞춰 룸 넘버를 확인한 후 입장하기 때문에 식당은 늘 한적한 분위기. 작은 부분부터 큰 것까지 카이 유후인의 세심한 배려가 녹아들어 있음. 룸 타입의 좌석도 있는데 둘 다 경험해 보니 창가 자리가 월등히 좋다. 계단식 논과 우리집 별채도 잘 보임.


한국어 메뉴는 늘 일본지에 출력되어 놓임.


뜨거운 물수건과 함께 숙박자의 국적을 고려한 언어의 메뉴지가 놓임. 질이 좋은 일본 공예지에 출력해 제공. 젓가락도 쥐는 맛이 매우 편안.


식사가 시작되면 곧 솥밥에 불을 올리고 매우 좋은 냄새가 남.


좌석 뒤 한 켠에 놓인 솥밥. 식사가 시작된 후 두 번째 음식이 나올 때쯤 불을 올리고 점점 향긋한 냄새가 풍긴다.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메인 메뉴가 나올 때 공개. 두근두근.


전채는 돼지고기 버섯 모나카.


전채로 제공되는 생채와 돼지고기 버섯 모나카. 특산 멧돼지 고기를 사용한다는 듯. 모든 코스 요리가 그렇듯 첫 요리가 가장 맛있음. 객관적으로도 진짜 맛있음. 보기에도 예쁘고.


사쿠라모찌 버섯 시루


매우 시원했던 사쿠라모찌를 넣은 새로 시루. 버섯과 살짝 튀긴 초록색 채소가 식감도 재밌고 맛있음. 다만 개인적으로 사쿠라모찌를 별로 안 좋아해서.


죽통 사시미.


비주얼로는 최고였던 사시미 모둠과 어패류 단자. 아이보리색의 합에는 야채절임이 들어있음. 신선하기가 거의 신경이 살아있는 수준. 개인적으로 날생선을 잘 먹지 않기 때문에 흰살생선을 제외한 대부분의 회는 동행자에게 토스.


채소 튀김 최고.


일식 튀김은 언제나 옳다. 채소와 완자로 추정되는 튀김인데 풋고추가 정말 최고였음. 튀김옷도 식감과 간이 너무 완벽해서 하마터면 울 뻔.


연어와 유바를 넣은 두유 찜.


일식 계란찜인 자왕무시를 재해석한 요리라고. 연어와 유바를 넣고 계란 대신 두유를 사용한 일종의 찜 요리인데 맛있음. 유바는 식감과 맛이 교토에 비견할만한 수준이었음.


와규 구이를 위한 솥.


와규와 채소가 들어있는 솥에 불을 붙임. 어마어마하게 좋은 냄새가 남.


버터처럼 녹아드는 맛의 와규.


완벽한 타이밍에 덮개 오픈. 와규는 거의 버터처럼 부드러워서 입에서 슬슬 녹아듦. 애기옥수수와 파프리카도 아삭하지만 부드럽게 구워짐.


드디어 솥밥 개방.


와규 구이가 완료되면 어느새 솥밥이 옆에 와 있음. 이 순간을 기다렸음. 두근두근 개방.


채소와 톳을 넣은 솥밥.


기절할 듯 맛있는 솥밥. 일단 쌀농사로 유명한 유후인이기도 하고 (계단식 논이 카이 유후인의 랜드마크인 이유) 채소와 톳의 비율이 대단히 적절하여 엄청나게 조화로운 맛. 다만 시소가 좀 들어간 것 같은데 안 들어갔으면 더 완벽했을 듯. (시소 싫어)


마무으리 단계.


솔직히 너무 배가 불러서 와규와 밥을 못 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술술 들어감. 붉은 된장으로 끓인 미소시루도 끝장나게 맛있음. 단, 오카와리는 불가능했음.


후식은 아이스크림과 보리차젤리.


뜨거운 호지차로 속을 개운하게 만들고 있으면 후식 대령. 유자청과 견과를 곁들인 우유 아이스크림과 보리차젤리.


맛있어어어.


보리차젤리는 교토 나카무라 토키치의 호지차젤리와 비슷한데 점성이 약하고 투명하며 훨씬 가벼운 맛이라 우유 아이스크림과 조화가 잘 됨. 뜨거운 호지차는 식사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서버님이 계속 빈틈없이 채워줌. 음식 설명도 너무나 상세하고 자상하게 해 주셔서 감사. (약간 부담스럽기는 함)


본관 2층 테라스 풍광.


배가 몹시 부른 탓에 주변을 배회하며 소화 활동 시작. 2층 대욕장 휴게 공간에 취향의 페퍼민트 보리차가 있어서 한 잔 받아옴. 본관 2층 테라스에서 풍경 소리를 들으며 저녁 풍광을 즐김.


본관 담타 구역.


동행자는 담타를 위해 흡연구역으로 이동. 대단히 불량한 자세. ㅉㅉ.


담타 구역에서 보이는 풍경.


소화를 위해 산책하는 와중에도 계단식 논과 우리집 별채를 향한 끊임없는 작품 활동.


저녁 어스름의 계단식 논 풍광.


종이갓을 씌운 조명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 카이 유후인의 저녁. 곳곳의 모든 요소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카이 유후인.


본관 대욕장. 밤의 노천탕.


적당히 소화를 시킨 후 카이 유후인이 제공하는 유카타를 착용하고 본관의 대욕장으로. 유카타는 쑥색이고 반폭 약식 오비는 겨자색인데 진짜 예쁨. 교토에서 익힌 착용법을 이렇게 활용하는군. 가장 쉽고 좋아하는 카이노구치 무스비(대략 조개입 매듭?)로 오비를 묶었는데 정식으로 너무 잘 입었다면 직원 분들이 감탄해 주셨음. 대욕장은 새벽 1시까지이고 대욕장 노천탕은 밤 11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 듯. 느지막이 갔더니 아무도 없어서 전세 내고 사용. 실내 대욕장은 그냥 일본식 고급 사우나와 크게 다르지 않음. 대욕장 노천탕은 온천수가 좋고 분위기 역시 좋았는데 솔직히 별채에 딸린 개인 노천탕이 더 좋음. 그래도 대욕장 노천탕에서 보는 풍경이 굉장히 멋있음. 근데 수온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 조금 낮은 온도의 물이 퐁퐁 솟아나는 육각 기둥에 바짝 붙어 있어야 했음.


어스름의 계단식 논과 별채 풍경.


해가 지고 조명이 두드러지니 한층 더 멋있는 카이 유후인의 계단식 논과 별채. 진심으로 천국임.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사진·본문 불펌은 안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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