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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리를 찾아서 Apr 26. 2023

첫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대

2016년 초가을 쯤이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어느 대안학교에 멘토로 등록이 되어 있었다. 

멘토의 역할은 북한의 같은 지역이거나 나이대가 비슷한 친구들이 오면 문화 활동을 비롯한 여러가지 경험들을 함께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날도 학교 생활로 바쁜 나에게 대안학교에서 연락이 온다. 

보통은 내가 살던 지역에서 오는 친구들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나와 같은 학교에 같은 연도에 졸업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도 그렇고 그 친구도 서로를 모를 수가 없었다. 


"선생님 저랑 같은 학교 맞아요?" 재삼 질문을 하였고 돌아오는 대답은 동일했다. 

연락처를 알게 되고 만날 장소와 일시를 정했다.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하여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10분쯤 기다렸던 것 같다. 

창밖으로 키도 자그마하고 동그랗고 까무짭짭한 여성분이 걸어온다. 

설마 저 여자는 아니겠지 했지만 어딘가 낯이 익었다. 


10초쯤 지났을까 

여성분이 카페에 들어와 좌우로 두리번 거린다. 설마설마 그럴리가 없어


어찌저찌 나와 눈을 마주친 그녀는 어색함이 없이 나에게로 고속도로 하이패스 차량 마냥 걸어온다. 

"어??? 안녕?" 내가 먼저 말을 건넷지만 그 뒤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분 또한 "안녕하십니까?"라는 단말마로 첫 인사는 마무리 한다. 


정말이지 5분정도 둘중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혹시 김 X X 맞을까요?" 내가 먼저 질문했다. 

"예 맞습니다." 

단답이지만 파도 조각처럼 흩어졌던 과거의 기억들이 3월말의 벚꽃마냥 단순간에 떠올랐다. 


문화체험? 진로상담?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오히려 내가 더 궁금한것이 많았다. 


니가 사주었던 선물이며 내가 너에게 사주었던 선물이며

체육관에 가서 타지도 못하는 롤러스케이트를 손 잡고 넘어지면서도 웃었던 기억이며

동네에서 손잡고 다녀도 모두가 인정해주었던 너와 나의 연애...


간호사 공부를 하고 싶다던 너...

너가 군입대를 하기 전부터 내가 한국으로 갈 것 같다고 생각했다던 너...

그렇게 다시 만났지만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너...


지금쯤은 간호대를 졸업하고 어디선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간호사의 역할을 다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너는 너의 가족을 이루고 

나는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각자의 위치에서 잘 살아가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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