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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리를 찾아서 Aug 22. 2023

피자나라 국수공주??

나는 국수와 피자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도 국수는 무더운 여름날 먹는 냉면 두 세번 정도이고, 일년에 두 어번 정도 피자를 먹는 것이 전부이다. 

엄마도 그렇고 여자친구도 그렇고 면과 피자를 너무 좋아해서 나에게 '이 맛있는 걸 왜 싫어해?' 라고 할 때가 자주 있다. 


북한에서 이모 집에서 지내고 있을 때였다. 

이모는 한달간 타 지역으로 돈 벌러 가게 되면서 사촌 누나에게 조금의 생활비를 주고 갔다. 이모부와 사촌 동생, 사촌 누나, 나까지 네명의 식구가 먹고 살기에는 터무니 없는 금액이었다. 

사촌 누나는 이모가 준 돈으로 이모가 돌아 올 때까지 지내야 했기에 북한 시장에서 가장 싸게 파는 강냉이 국수를 사서 아침 저녁으로 먹게 했다. 2~3일 정도는 먹을 만 하지만 그 이후로는 도저히 먹을 수 없어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나는 그럴 수 있었다. 왜냐하면 당시 한국에서 엄마가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었기에 어린 나이에도 당당함이 있었던 것 같다. 


어찌됐든 이때 2주 정도 하루 두끼 국수만 먹고 살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나는 국수라면 치를 떨게 되었다. 국수 1키로그램이면 식구 머리수만큼 양이 나오지 않아 물에 오랫동안 불려서 먹는다. 이렇게 되면 면이 두꺼워 지면서 미끌미끌 해진다. 죽을 만큼 먹기 싫지만 그래도 끼니는 떼워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먹는다. 


그렇게 먹기 싫은 면을 내 주변 사람들은 잘도 찾는다. 다른 먹거리가 많은데 왜 굳이 ???


피자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다행이도 국수를 싫어하는 이유와 많이 다르다. 13년 겨울부터 5년이 넘게 집 근처 피자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주방에서 일을 하다가 나중에는 배달 기사로 방학때마다 용돈 벌이를 하면서 지냈다. 가게 사장님이 내가 북한에서 온 걸 알고 있어서 내가 근무하는 날이면 피자를 만들어 직원들이 먹게 해주었다. 오븐에서 나오는 따끈따끈한 피자를 몇년 동안 먹다보니 배달 시켜서 먹는 피자는 어쩐지 먹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피자를 국수만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햄버거나 떡볶이 같은 음식들 보다는 많이 찾지 않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에서는 굳이 피자나 국수가 아니어도 맛 있는 음식들이 다양하게 있다. 즉, 피자를 안 먹으면 한끼 굶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찾지 않게 되는 것 뿐이다. 


남조선 생활 10여년에 나의 입맛도 자본주의화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한끼 한끼 떼우려고 때만 되면 식장을 수도 없이 열어보던 과거를 망각하고 있는 것일까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친구를 따라다니다 보니 이제는 면을 조금씩 시도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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