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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리를 찾아서 Aug 25. 2023

목욕

목욕... 참 간만에 입에 올려보는 단어이다.

한국 생활 10년 넘게 하다 보니 이제는 나도 북한 사투리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

벤또, 변소, 목욕, 고뿌 이 외에도 많은 북한 사투리를 들을때면 나도 모르게 어색하게 느껴진다. 물론 이중에서 일본어에서 유래된 단어들도 있지만 북한에서는 그대로 사용한다.


2000년대 후반에서야 내가 살던 지역도 소규모 목욕탕이 많이 생겨 친구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번 꼴로 가서 목욕을 했지만 그 전에는 대중 목욕탕밖에 없었다. 가운데 커다란 물탱크가 하나 있고 구석에 자그마한 한증막이 있다. 이것도 돈을 받고 운영을 하는것이다 보니 주민들의 방문이 많지 않다.


주로 집에서 목욕 할 때는 커다란 소래(대야)에 뜨거운 물을 받고 그 소래가 안에 들어 가도록 비닐방막을 씌운다. 그렇게 되면 뜨거운 증기가 비닐방막을 불룩하게 만들어 그 안에서 목욕을 한다.


한국에서는 24시간 뜨거운 물이 나와 샤워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심지어 반신욕을 하면서 천국이구나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놓고 온 몸을 담근채 핸드폰으로 이런 저런 영상들을 보다가 문득 '내가 참 출세 했구나' 라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목욕을 하기 위해 물을 길어와 커다란 플라스틱 통이나 물탱크에 보관하고 여러날을 고민하고 목욕을 했다.

그나마도 여름이면 다행이고 추운 겨울이면 물을 부탁하는 일도 여관 어려운게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북한은 겨울날 물이 없는게 제일 큰 고민이고 물을 긷는 일이 제일 큰 전투였다.


명절이라도 다가 오면 온 가족이 그루마(리어카) 물통을 싣고 물이 잘 나온다는 집이나 물펌프가 있는 집에서 길어오는 것부터가 명절 준비였다.


나는 현재 하루에 두번 샤워를 한다. 운동을 하거나 무더운 날이면 하루 두번 세번 이상을 씻을 때도 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추운 겨울 더운 물로 샤워를 할 수 있고 더운 여름날 찬물을 원 없이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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