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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서 나는 향기

책 읽는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가 있다.

by midsunset


얼마 전, 여러 학부모들과 함께 할 자리가 있었다. 조금 늦게 온 어머니께서 독서모임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조금 늦어버렸다고 말하며 수줍게 사과를 했다. 어떤 모임인지 궁금증에 질문하는 다른 엄마들 사이에서 나는 괜히 기분이 좋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나도 좋아하는데, 하고.


두어번 만나서 결정하고 행사에 참여한 후에, 그 어머니께서 이것저것 내게 물으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조금 가까워졌다. 딸이 없는 나는 두 명을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의 잔잔하고 부드러운 말투가 어딘가 따뜻하고 포근해서 자꾸 이야기를 더 나누게 됐다.


신기하게도 사람에게서 나는 각자의 향기가 있다. 말끔하게 살림을 잘하는 똑부러지는 성격의 엄마에게서 나는 상큼한 오이같은 향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뭔가 자신이 베푸는 것에 행복함을 느끼는 엄마에게서 나는 갓 구운 빵 같은 달콤한 버터 향기, 세련되고 조금 차가운 성격의 엄마들이 풍기는 꽃향, 같은 그야말로 내 마음대로 이름 붙인 그들만의 향기.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가끔, 아주 우연히 나와 같은 독서 취향을 가진 - 책 좋아하는 - 사람의 향기를 맡는다. 비슷한 말투, 비슷한 음성으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얼마지나 책을 추천해주는 사이가 된다. 같은 사무실에서 내 밑에서 일하던 신입 직원이 그랬고, 영어 수업에서 만난 두 살 어린 후배가 그랬다. 온라인 상에서 우연히 팔로우를 하게 된 먼 곳에 사는 아홉살 많은 엄마가 그랬고, 친구가 된 아이들 인연으로 만나 알게 된 한 엄마가 그랬다.


배려를 좋아하고 사랑이 많은 버터향과 책에서 나는 종이냄새가 만나면 북카페가 되고, 자기 관리가 확실한 세련된 엄마의 꽃향과 버터향이 만나면 꽃 장식이 많은 베이커리가 된다. 사람의 향들의 조합이란, 참으로 재밌지 않은가, 오늘 아침 생각하게 되었다. 내게 풍기는 향은 어떤 향기일까, 좋은 향들과 잘 섞이는 조화로운 향이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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