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계획

매일 아침, 글을 쓸 예정

by midsunset


대개는 새해부터의 변화를 꿈꾸며 계획을 세웠지만, 올해는 다르다. 내년이면 곧 내 나이 마흔, 40은 늦은 것 같고 39의 끝자락부터 시작해보고 싶은 일을 계획했다.


밤에 쓰고 새벽에 쓰는 글에는 어쩔 수 없이 어둠의 향기가 스며있곤 한다. 오늘 하루의 잔상, 잡념, 후회, 피로감에 섞인 글을 다시 읽을 때 왜 그리도 불편한지, 못마땅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계획한 일이, 아침형 인간인 나의 장점을 살려 매일 아침의 일기를 써 보기로 계획했다. 따뜻한 물 한 잔과 진한 커피로 시작하는 아침이 몇 년째 반복되어 온 것을 보면, 그 꾸준함을 살려 일기도 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슬기로운 의사생활 2’에서 극 중 인물인 추민하 선생의 고백 대사를 듣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교수님 저는 좋은 사람이에요. 저는 교수님이 지금 알고 계시는 것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니까 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그 어떤 대사보다 그 대사가 너무 마음에 들어왔다. 사랑하는 이에게 내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그보다 더 진정한 고백이 어디 있을까.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그런 고백을 한다면 그것은 일종의 약속이다. 정말 좋은 사람이 될 테니 나를 당신의 곁에 두어도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며 깊이 새겨보는 나 자신과의 약속.


나는 꾸준한 사람이다. 아직도 그걸 하냐고, 때려치운 줄 알았다고 하는 나의 몇몇 특별한 취미들, 한 두 줄을 읽더라도 매일 책을 읽어 온 오래된 꾸준함으로 나 자신에게 약속하려 한다.


매일 아침, 그다지 특별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글을 쓸 것이다. 여전히 눈에도 입에도 익숙하지 않은 2021년의 끝자락을 잡고 시작해서 2022년 한 해 동안 매일, 이곳에 글을 써야지. 다듬고 매만져서 윤기가 흐른다면 언젠가는 내 이름 석자 붙은 책 한 권 세상에 나와 빛을 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계획을 세우고 났더니, 그것도 12월의 계획을 세웠더니 한 해의 끝이 하나도 아쉽지 않고 그저 설렌다. 생각과 다르게 흘러갈 수도, 얼마 못 가서 엉망이 될지도, 수많은 변수에 나약해질지도 모르지만.


과제도 아니고 숙제도 아니라, 안 해가면 혼날 일도 없는 성인의 취미는 이럴 때 진심으로 빛을 발한다. 내 안의 간절함, 열정, 애정, 재미, 근면 성실함 등에 의지해서 적어보는 나의 계획.


드라마 속 대사를 빌려 내 자신에게 약속하고 싶다. 내가 꾸준한 사람이길, 나의 생각보다 더 꾸준한 사람이라 걱정하지 않아도 되길 바래본다.


할 수 있어!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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