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10.
아침을 먹던 아이가 친구와 함께 나눈 이야기를 했다. 친구가 오징어 게임이 너무 좋다고 했단다. 바닥에 오징어 모양 그림을 그려두고 돌을 옮겨가며 뛰어다니는 그 오징어 게임이 아니라 어떤 드라마가 있는데 그게 너무 좋다고.
“너는 그걸 어떻게 알고 있어?”
물었더니, 친구가 유튜브 광고에서 봤다고 이야기해 주었다고 한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자기도 궁금하다고 했다. 그런데 안 될 것 같다고. 그 친구의 아빠가 너희들은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단다. 이야기를 꺼낼까 말까 망설이다가 커피 한 잔을 내렸다. 시도 때도 없이 사방 군데에서 미디어가 재생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어디서 어떻게든 오징어 게임의 타이틀을 붙인 장면이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쏟아지는 물줄기를 감당할 수 없을 때는 물살을 가를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쌓아둔 제방이 한 번에 와르르 물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다른 쪽으로 여러 갈래 물꼬를 열어주면 된다. 그리고 잠시 옆으로 물러 서 있을 것. 내가 타고 갈 물줄기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아이에게 오징어 게임 드라마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 설명했다.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게, 최대한 이해할 수 있게. 그리고 영상물에 연령 제한이 있는 것은 아이와 청소년, 어른은 어떤 것들을 구분하여 받아들이는 힘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알려주었다. 가끔 아주 잔혹하고 처참한 영화나 드라마가 나오는 것은, 그 속의 역할들이 겪는 고통을 간접적으로 이해하기 위함이라고, 그리고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하지만 어린 나이에는 그것을 판단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무서운 꿈을 꾸거나 아주 위험한 일이 재밌는 것이라 착각하게 될 수도 있다고. 그리고 잘 모르는 것을 알고 싶다고 해서 그것이 좋다고 무조건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아이가 갸우뚱거리다가 끄덕거리다가를 반복했다.
“엄마가 알려주시니까 알 것 같아요. 제 키가 많이 자라고 나이도 많아지면 그런 무섭고 위험한 것을 보고 아, 저러면 안 되겠구나, 하고 생각이 든다는 거죠?”
똘똘이 스머프 같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하는 아이. 뭐, 나의 설명이 길어진 것 같아 걱정했지만 대략은 이해한 것 같았다.
언제 그랬나, 할 틈이 없게 아이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자극을 발견할 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한다. 예상 못한 커다란 물살에 더 이상 제방을 높게 쌓기만 할 수도, 수문을 꽉 막아서기 위해 버티기만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엄마 하기 참으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