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에 가고 싶다

2021. 12. 14.

by midsunset


가끔 이케아에 가고 싶어 진다.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는 지금, 차 시동을 걸어 한 시간쯤 달리면 도착할 수 있던 이케아가 너무 그립다.


나는 쇼핑을 할 때 조금은 신중한 편이라, 이케아에 가도 장바구니가 가득 찰 일이 거의 없다. 내가 그곳에 가는 이유는 ‘분위기 쇼핑’이다. 그저 구경이 아니라 분위기를 담아온다.


잘 정돈된 집에 초대받아 놀러 온 기분으로 즐거운 저녁 식사를 위한 테이블에 그릇과 컵, 꽃과 소품들이 차려져 있는 것을 구경한다. 아이의 방에 놓인 딱 맞는 높이의 가구들, 마치 엄마가 아이를 위해 만들어 준 듯하게 자연스럽고 귀여운 그림과 인형들, 서재에 놓인 아늑한 조명과 편안한 의자.


그중에서 가끔 우리 집에 딱 어울릴 것 같은 물건도 있다. 내가 자주 사는 것은 화병과 행주, 아이들 욕조 바닥에 놓는 미끄럼 방지용 패드. 기분이 살짝 들뜬 날 테이블에 함께 차리기 좋은 냅킨 등이다. 가구는 작은 것으로 아주 가끔, 세탁실 냉기를 막거나 지저분한 곳을 살짝 가려줄 용도로 패턴이 아기자기한 리넨을 한 두 마 정도 잘라 사 오곤 한다.


앉아보고 둘러보고 구경하는 동안 왠지 모를 몽글몽글한 분위기가 차곡차곡 내 안에 쌓인다. 집을 깨끗하고 단정하게 가꾸고 싶은 욕구, 허전한 곳을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보고 싶은 욕구, 따뜻한 음식과 맛있는 와인을 준비해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 대접하고 싶은 욕구가 솟는다.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계획이 막 세우고 싶어질 때 간간히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초등학생 때 미래를 상상하는 상상화 그리기 대회가 가끔 있었는데, 영양성분이 완벽하게 담긴 알약 하나를 작은 로봇이 시간마다 챙겨주는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모든 기능이 탑재된 의자에 앉아 일도 하고 이동도 하고 잠도 자는 그림도 그렸었다. 얼마나 편리하겠는가, 안 먹어도 안 움직여도 안 치워도 되는 미래의 생활. 엄마의 은행 심부름을 안 해도 되고, 간식 그릇과 컵을 책상 위에 뒀다고 혼날 일도 없고, 추운 겨울에 버스를 기다릴 필요도 없는 너무나 편리한 미래를 꿈꾸며 그림을 그리곤 했다.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는 음료팩도 있고, 노트북 하나면 문서 작업도 은행일도 해외에 있는 친구와의 대화도 가능한 지금, 주차장에서 시동만 걸면 어느 낯선 곳도 갈 수 있는 내비게이션이 있는 현재, 그 어린 시절에 꿈꾸던 미래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나는 손수 만든 주스가 좋고, 사각사각 연필 소리를 내며 글을 쓰는 낭만이 좋고, 나뭇잎 흔들리는 사이로 해가 보이는 길을 걸어 다니는 것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다시 돌아가서, 이케아에 가면 사람의 손으로 채운 정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여기에 놓을까, 저기에 놓을까 고민하며 꾸민 공간에서 나의 가족을 위해 채우고 정리하는 그 마음의 풍선에 한껏 바람을 넣게 된다.


작은 트리 하나, 빨강 초록의 크리스마스 가랜드가 걸려있는 창가에 블라인드 사이로 햇살이 따뜻하게 쏟아진다. 오늘은 깨끗하게 집을 정돈하고 아이들 하교 전에 꽃집에 들러 예쁜 꽃을 한 다발 사 와야겠다.


아, 이케아 가고 싶다. 뭔가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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