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을 경험한 다음날

2021. 12. 15.

by midsunset


어제는 제주도에 지진이 있었다. 큰 아이가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동안 작은 아이와 집에 잠깐 들렀다가 막 나가려던 때, 방문들이 쾅쾅 소리를 낼 정도로 집이 흔들렸다.


순간 태풍이 불었나, 근처에 공사를 하나 싶었는데 재난 알림 문자가 와서 지진이 일어났음을 알게 됐다.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부리나케 놀이터로 뛰어갔더니 아이들과 엄마들이 놀란 표정으로 달려와 나무가 많이 흔들렸다고 너무 놀랬다고 했다.


아이의 친구는 이 정도면 여진인 것 같다고 책에서 봤다고 아는 체를 하고, 큰 아이는 노느라 자기는 몰랐다고 했다. 엄마들과 근처 대피소를 검색하고 지진 발생 시 대피 요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멀게만 느꼈던 자연재해의 발생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게 느껴지는지, 무엇을 어떻게 챙겨서 어디로 이동해야 할지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는 기분을 거의 처음 느꼈다.


가족들의 전화가 연이어 울리고, 나는 웃으며 “살아있어요, 이제 괜찮은 것 같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말로 안부를 전했다. 괜찮은 것 같다고 말하고 나서도 자꾸 집안의 물건들을 응시했다.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는지, 자꾸만 멈춰 서서 흔들림을 감지해보려 노력했다. 가방에 핸드폰 충전기와 생수, 구급상자에서 약과 밴드, 수건과 간식을 챙겨놓고 핸드폰에서 지진 발생 시 대피요령을 검색하다가 새벽에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지진과 쓰나미의 장면들이 마구 떠올라 정말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오늘도 계속 생각하게 된다.


일단은 생명을 유지하는 것, 구호조치가 있기 전까지 다치지 않고 탈진하지 않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가 않았다.


삶을 유지한다는 것이, 살 수 있는 만큼 건강하게 별 일없이 살고 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날이었다. 아침에 아이들을 등교시키면서 엄마 아빠가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무슨 일이 생기면 최대한 빨리 어떻게든 너희들을 구하러 갈 테니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다행히 별 일 없이 지나가고 있는 하루, 며칠 동안은 약간의 불안과 긴장을 지니고 살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평범한 하루를 보내겠지만, 한 생명을 가지고 세상에 나와 무탈하게 일상을 보내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그리고, 딱히 누구에게랄 것 없이 자꾸 고맙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행히 지금은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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