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5.
크리스마스를 맞아 멀지 않은 곳에 숙소를 예약했다. 물을 싫어하던 큰 아이가 수영을 좋아하게 되면서 다시 물을 싫어하지 않게 가급적 자주 수영장이 있는 곳에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렸을 때 나 또한 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씻고 나서는 온 몸에 물기가 조금도 남지 않게 보송한 수건으로 닦아내는 것을 좋아하고, 계곡이나 바다에서 물에 빠뜨리거나 물장구를 쳐서 공격하는 놀이를 제일 싫어했으며 여간해서는 비 오는 날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탕 목욕과 수영, 노천탕 등 물로 하는 것은 뭐든 좋아졌다.
큰 아이가 나의 어린 시절과 비슷하게 얼굴에 튀는 물 한 방울에 진저리를 치며 물놀이를 거부하는 것을 보고 아, 이 아이 나를 닮았나 보다, 싶었다. 싫으면 뭐 좋아할 때까지 내버려 두자, 꼭 좋아할 필요는 없지, 했는데 학교에서 수영 수업이 시작됐다. 적어도 물을 무서워하지는 않아야 할 것 같아서 겁이라도 없애주자, 하는 마음으로 수영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열 번이 넘게 개인 수영 레슨을 받고 갔지만 전달된 사진 속에서 아이는 손으로 물방울을 막으며 한쪽 구석에 친구와 앉아있었다. 친구들이 각종 형태의 수영 솜씨를 뽐내며 수영장을 가로지르는 동안.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수영장이 있는 곳에 놀러를 가게 되었는데 그날 따라 물에서 노는 것이 재밌다며 스스로 잠수를 했다가 나오기를 반복하더니 조금씩 몸을 물에 띄워 수영을 시작했다. 짧은 거리지만 오가기를 반복하며 아이는 그동안 배운 수영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그 뒤로 아이는 수영장에 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물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다.
큰 아이는 그렇게 피카추가 라이츄 되듯 미묘한 변화를 겪으며 진화했는데, 진화한 큰 아이의 수영 실력을 뽐내라고 온 풀빌라에서 작은 아이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대기 시작했다. 널찍한 바나나 보트 위에 엎드러 한량처럼 물이 흐르는 대로 떠다니고 있는 작은 아이를 보며 마음먹고 수영 좀 해 보려고 힘껏 발장구를 치던 큰 아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리고 있었다.
“나 물 튀기는 거 정말 싫어! 형아야, 하지 마! 제발!”
재작년쯤 큰 아이가 수영장에서 튜브를 타고 놀면서 줄곧 주위 사람들에게 했던 말이었다. 수영장인데 물을 튀기지 말아 달라니, 모두 떠다니기만 하라는 것인가. 작은 아이는 또 어찌 물을 좋아하게 해야 할까,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에 과제가 하나 주어졌다.
일 년 잡고,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부디 우리 식구 모두가 물 팡팡 튀겨가며 놀 수 있기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