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4.
크리스마스이브, 어릴 때는 두근두근 산타할아버지가 주실 선물을 기다렸고, 조금 더 커서는 각종 텔레비전 속 시상식에서 좋아하는 연예인이 상 타기를 기다렸고, 성인이 되어서는 어디서 제대로 분위기를 즐기며 놀아볼까 하는 생각으로 설레었던 날.
엄마가 된 후,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눈치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갖고 싶은 선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아이에게 물으며, 선물을 받으려면 착하게 지내야 하고 투정 부리지 않아야 한다는 말로 육아 고충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받아도 될 만한 적당한 선물의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심경의 변화와 현실적 조정을 겪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섯 살 난 작은 아이가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차를 갖고 싶다고 하고, 큰 아이는 절대 사 줄 생각이 없는 스마트폰이 갖고 싶다고 했다. 산타 할아버지는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시려고 노력하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선물만 가져오신다고 살짝 흘려가며 받고 싶은 선물을 좀 다른 것으로 생각해보기를 권유했다. 그렇게 도달한 결정이 큰 아이는 자물쇠가 달린 일기장, 작은 아이는 전동 연필깎이라고 했다. 근처에 마땅히 살 만한 곳이 없어 인터넷 주문 후 택배로 받았는데 글씨를 읽을 줄 아는 녀석들이라 외출했다가 돌아온 집 앞에 택배 상자가 있을 때는 무척 난감했다. 먼저 달려가서 이건 샴푸 같아, 이것은 세제란다, 하는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하며 선물을 준비했다. 일단 택배는 여유 기간을 남기고 잘 도착했는데 이제 포장과 편지의 단계가 남았다. 아이들이 잠든 사이, 후다닥 포장을 하고 핸드폰 메모장으로 산타할아버지를 대필한 편지를 썼다. 작은 아이는 유치원으로, 큰 아이는 크리스마스 아침에 거실 트리 밑에다 가져다 놓으면 된다.
어젯밤에 작은 아이가 형아가 만든 종이 노트북을 자기도 갖고 싶다고 떼를 쓰며 무조건 자기 것도 만들어달라고 보챘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던 큰 아이가 힘들어 보여서, 작은 아이를 달래고 엄마랑 한 번 만들어보자고 했다. 내 보기엔 엄마가 만든 노트북이 훨씬 멀쩡한데, 작은 아이 눈에는 그저 형아의 것이 최고인지 그래도 마음이 풀리지 않아 속상하다며 한참을 시큰둥하게 앉아있었다.
큰 아이가 곁으로 오더니 작은 소리로 내게 물었다.
“엄마,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실까요? 저렇게 떼쓰면 선물 안 갖다 주시지 않을까요?”
‘암, 알고 말고. 너무 잘 알지. 안 갖다 주실 지도 몰라.’ 하는 말이 불쑥 나올 뻔했으나 꾸욱 눌렀다.
“글쎄……. 엄마도 걱정이 되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끝을 흐리며 설거지를 계속했다. 작은 아이가 이야기를 들었는지, “흥!” 하고 팔짱을 끼었다가 별안간 거실 바닥에 늘어놓았던 책 정리를 시작했다. 아직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진지하게 믿고 있는 두 녀석들이 꽤 귀여워서 풉,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