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이야기

2022. 1. 4.

by midsunset


아마 초등학생이었을 때의 일인 것 같다.

달을 만졌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얼음처럼 차갑고 보송한 느낌이 났다고 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달이 너무 만져보고 싶었다.


아빠를 따라 산에 올라간 어느 날, 나는 그날 기필코 달을 만지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를 악물고 무릎을 눌러가며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고 고집부렸다.

해인지 달인지 모를 둥근 것이 저만치 멀리 보였기 때문이었다. 높이 올라간 산 중턱에서 둥그런 그것을 향해 나는 손을 계속 뻗었다. 그것이 꿈이었는지, 의욕이 불러온 착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달을 만졌다. 친구의 얘기처럼 신기하게도 달은 차갑고 보송거렸다.


주말에 있었던 일에 대해 친구들 앞에 나와 이야기를 하는 시간에 나는 힘껏 어깨에 힘을 주고 달을 만진 이야기를 했다. 달은 처음엔 멀리 있었지만 높은 산으로 올라갈수록 가까워졌고, 나는 기어이 그것을 만지기 위해 손을 뻗었다고. 약간 차갑고 시원한 바람과 같으면서도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웠다고. 이미 달을 만져봤다는 친구는 아는 체를 했다. “그렇지? 정말 차갑고 보송보송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요했다. 친구들은 눈이 동그랗게 커져서 신기해하고 선생님은 대단한 경험을 했다며 산에 높이 올라갔다는 나의 노력을 칭찬했다.


시간이 흐르고, 달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습득하면서 인간은 우주선을 타고 달에 도착하지 않는 이상 지구 상에서는 달을 만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까지 나는 내가 달을 만졌다는 사실을 확신하며 살았다.


처음엔 실망스러웠다. 그것이 나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착각한 것을 사실처럼 믿었다는 것이 실망스러웠다. 시간이 더 많이 흐른 후, 조금은 성숙해질 무렵에 그 이야기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떤 경험들은 나의 믿음에 따라 기억으로 자리 잡히기도 한다는 것을 나의 달 이야기를 떠올리며 깨닫게 됐다. 어떤 것은 처음부터 아닐 수도 있음을, 그러나 내가 강하게 믿고 있었기에 얼마 동안은 그것이 내게 진실이었음을.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흘러, 그때의 달 이야기를 떠올릴 때면 그 사실을 믿는 동안 행복했던 그 감정에 대해 생각한다. 그때 내게 선생님께서 달은 만질 수 없는 것이라고 사실을 말해주었더라면 나는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순수했던 어린아이의 경험과 믿음을 무너뜨리지 않아 준 선생님께 감사하다.


산에 올랐던 그날, 그날의 산은 욕심이 많은 어린이에게 너그러웠다. 아빠와 함께 높은 곳까지 올라갔던 그 뿌듯함과 산 중턱에서 맞이한 시원한 바람이, 그것이 내 손을 스쳤던 기분이 아마 내가 달을 만졌던 느낌으로 남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렇게 보면, 어떤 상상도 어떤 착각도, 믿는 만큼 행복해지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그 행복한 기분만 기억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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