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은 별 일이 아니란다

2022. 1. 3.

by midsunset


그런 아침이 있다.

몸은 침대에 착 달라붙어있고 세상 무슨 재밌는 것을 보여준다 해도 일어나고 싶지 않게 잘 자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생각을 하면 깨어난 건가 싶다가도 나는 지금 자고 있다고 믿고 싶은 아침. 그런데 자꾸 꿈속 공기가 아닌 현실의 공기가 어디선가 불어오는 것 같다. 지금 내가 정말 잘 자고 있구나, 일어날 때가 된 것도 아닌데 이 포근한 수면시간을 굳이 끝내지 말자, 하지만 뭔가 두려운 이 느낌은 뭘까, 설마 늦었나……?


의심이 확신으로 다가오는 순간 눈을 번쩍 뜬다. 시계를 바라보면, 의심은 조각나고 확신은 심장을 쿵쿵 두드린다. 늦었다, 지각을 무척 싫어하는 작은 아이의 유치원 방학이 끝나고 등원해야 하는 날인데, 등교시간을 5분 앞두고 일어난 것이었다.


거실에서 책을 읽던 큰 아이가 눈을 비비며 안녕히 주무셨어요, 하고 어리둥절하게 나를 바라봤다. 응, 잘 잤는데 너무 잘 자 버려서 늦었네, 말하고 가방을 챙기며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에 작은 아이가 일어났는데, 이미 지각을 감지하고는 눈물이 뚝뚝 흘렀다. “괜찮아, 얼른 준비하면 늦지 않게 갈 수 있어. 혹시 늦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좀 늦는 날도 있는 거야.” 세상을 잃은 듯 축 처진 어깨로 절망한 아이에게 담담하게 말하며 준비를 시켰다. 아이가 운다고, 떼를 쓴다고 같이 진을 빼봤자 달라질 것 하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파도야 덤벼봐라, 나는 고요하다, 라는 마음으로 버티면 파도는 어떻게든 지나간다. 24시간 계속 무섭게 덤비는 파도는 없다.


등원 길에 풀이 죽은 아이를 백미러로 보니 눈이 촉촉했다. 도착하면 울음이 터질 기세였다.


“엄마도 아침에 지각하는 걸 정말 싫어했는데, 너도 그렇구나? 정말 싫어했는데도 엄마는 가끔 지각을 하긴 했어. 어쩔 수 없이 그런 날이 있더라.”


“네…….”


“지각은 안 하는 게 좋지만,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면 또 별 일 아니다? 조금 늦게 갔으니까 좀 더 많이 놀고 밥도 좀 더 많이 먹으면 일찍 온 친구들이랑 똑같을 걸?”


“네…….”


다행히 아이는 별 탈 없이 등원을 했다. 아이를 들여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나의 수많은 지각했던 날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지각하는 게 싫어서 어릴 땐 가끔 울기도 하고, 부모님께 왜 일찍 깨워주지 않았냐고 투정도 많이 부렸다. 지각 그거 정말 별 거 아닌데, 늦게 일어난 새가 잠을 푹 자서 일찍 일어나서 피곤한 새들보다 먹이를 더 잘 먹는다고 말하던 능청스러워진 어느 날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일 더 빨리 많이 할게요,라고 말하며 사수의 자리에 음료수를 내려놓던 직장인 시절의 기억도 떠올랐다.


일곱 살에 벌써 능청스러워지게는 할 수 없으니, 지각하는 일은 별 거 아니지만 오늘은 일찍 자서 내일은 일찍 일어나자, 그래서 기분 좋게 일찍 등원하자고 말해줘야겠지. 아침엔 전쟁 같았는데 아이를 보내고 나니, 유치원 등원 시간에 집착하는 눈물 고인 아이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안 일어나고 더 자고 싶다고, 그깟 등교시간이 뭐 대수냐고 말하는 것보다 얼마나 순수한가.


오늘 하루 무탈하게 보내고 잠자리에 누워서

“우리 내일은 일찍 일어나자. 엄마도 늦잠 자지 않을게.”

하고 꼭 안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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