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10.
둘째 아이를 낳았을 때 조리원 생활을 끝내고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집으로 오셨다. 첫째 아이를 낳았을 때도 도우미 이모님이 오셨으므로, 지친 몸으로 새로운 사람을 집에 들이는 일이 크게 어렵고 낯선 일은 아니었다. 그저 내 일을 나눠해 줄 사람이 매일 집으로 와 준다는 것이 고맙고 반가웠다.
집을 정리하고 아이를 씻겨주고 음식을 만들어주시는 이모님이 우리 집에 계시던 그 여름은 유난히 덥고 습하고 길게 느껴졌다. 환기를 시킨다고 더운 바람이 불어오는 창문을 모두 열어두고 청소를 하시는 이모님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곤 했다.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두고 방 안에서 청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거실 청소가 끝나면 방 청소를 해 주셨다. 아이가 울면 이모님이 안아주셨는데 그때 이모님이 아이를 안고, “아이고, 예쁜 사람, 이 예쁜 사람이 왜 울까?” 하고 말씀하시면 가슴이 뭉클하고 마음이 따뜻했다.
아이가 잠이 들면 나는 이모님이 만들어주신, 영양소가 고루 담긴 음식이 잘 차려진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이모님도 같이 드세요, 혼자 먹기 심심해서 그래요.”
하고 내가 같이 식사하기를 권하면 나중에 드시겠다고 하다가 마지못해 맞은편에 밥과 국을 가져와 앉곤 하셨다.
“너무 맛있어요. 나중에 이모님 가시면 너무 그리울 것 같아요.”
하고 말씀드리자,
“고마워요. 참 예쁜 사람이 예쁜 아기를 낳았네.”
하며 식사를 하셨다. 나는 이모님이 도와주시는 시간이 끝나고 나서도 이모님의 ‘예쁜 사람’이라는 말이 참 좋아서 아이를 안고 자주 ‘예쁜 사람’이라 불러주었다.
육아에 지쳐 한참 후에는 그 말을 잊고 살았다. 어느 날 두 아이가 다퉈서 한참 혼을 내며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의 이야기를 하게 됐다. 아이들 둘 모두 엄마 아빠가 얼마나 사랑과 축복으로 맞이했었는지, 우리가 한 가족이 된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마운 일인지에 대해서. 그러다가 문득, 이모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품에 안고 예쁜 사람이라고 그렇게 많이 이야기해주곤 했었는데, 잊고 살았었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씻고 들여다봤더니 금세 새근새근 잠이 들어있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통통한 볼을 만지며 “예쁜 사람, 잘 자.” 하고 한 명씩 귀에 대고 이야기해 주었다. 잠결에도 큰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작은 소리로 코를 골았다.
귀하고 고마운 생명, 지칠 때나 들뜰 때나 마음을 다독여주는 가족, 아마도 ‘예쁜 사람’이라는 말에 그런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아서 나는 그 말이 좋았던 것 같다. 그 ‘예쁜 사람’이라는 말이 떠올라서인지 아이들이 괜히 더 예뻐 보이는 아침 시간을 보냈다. 오늘부터 다시, 자주 아이들을 예쁜 사람이라 불러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