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9.
책을 보다가 우연히 애니메이션 회사인 픽사에서 완벽을 만들어내는 비결에 대해 말한 부분을 읽었다. 시작할 땐 다 형편없지만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수정하면 더 분명한 상태로 진화한다는 것이었다. 처음 초안은 대부분 버려지며 그것은 누구나 생각해낼 수 있는 흔한 것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벚꽃이 아름답던 어느 봄날의 교정에서 야외수업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봄에는 종종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야외로 나가곤 했는데 그날 우리는 한 노천극장 계단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그 교수님이 진행했던 수업은 호텔관광산업의 트렌드와 관련된 과목이었고, 교수님은 우리에게 팀을 짜 주신 후 업계의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적인 요인을 최소 세 개 정도 생각해보고 이유를 발표하는 것으로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하셨다.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사용되던 때가 아니라서 우리는 순전히 오다가다 들은 뉴스나 잠시 읽은 신문기사 등을 떠올리며 팀별 토론을 벌였다.
대학교 2-3학년 정도의 학생들이 얼마나 뉴스에 관심이 있었을까, 의견들은 중구난방으로 흩어졌다 모아지기를 반복했고 머리를 쥐어짠다는 느낌이 들도록 듣고 알고 본 지식들을 모조리 쏟아내어 가며 이야기를 나눴지만 주어진 시간이 끝나갈수록 우리는 초조해졌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모두들 꽤 적극적인 학생들이었던 것 같다. 한 학생이 의견을 제시하면 그것이 어떤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지, 혹은 그것은 좀 거리가 있는 부분인 것 같다는 등 적극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막막하던 토론은 열 띄게 변해갔고 정리를 잘하는 학생들은 메모를 해 가며 발표할 내용을 다듬었다. 발표가 시작되고, 각 팀의 발표자들은 놀라울 만큼 진지하고 열정적인 태도로 앞에 나와 발언했다. 남은 학생들은 각 팀의 발표에 감탄하며 귀를 기울였다. 머리가 시원해지는 희열을 느꼈다. 소란스럽고 유난스러운 이십 대의 한량들인 줄 알았던 학생들이 서로가 서로를 다르게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은 봄날의 부드러운 바람과 연분홍의 벚꽃잎이 흩날리던 캠퍼스에서 일어난 마법과도 같은 것이라고, 발표를 마친 우리를 향해 교수님께서 박수를 치며 말씀하셨다. 지금의 기분을 기억하라고, 이것 저것 다 꺼내고 말하고 나누다 보면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대단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흐뭇하게 우리를 바라보는 교수님의 머리카락과 등 뒤로 벚꽃잎이 바람을 타고 내려왔다. 일이 막막할 때,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을 때 나는 그날 벚꽃비가 내리던 노천극장에 앉아 수업을 듣던 장면을 떠올리곤 했다. 꺼내다 보면, 엎치락뒤치락 굴리다 보면 무언가는 나올 것이라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부터 완벽하기는 힘들 것이다. 꺼내고 다듬고 막히고 싸워봐야 더 나은 것들이 나올 때가 있다. 쉽게 지치지 않는 열정, 쓸데없는 것들을 털어내는 용기, 더 나은 것들을 갈구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면 완벽에 가까워져가고 있을 것이다. 고로 완벽해지는 방법은 많은 시행착오의 경험을 쌓고 느낄 열정과 용기를 갖는 것이라고, 책 속 글을 빌려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