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2 덕후가 되었습니다

2022. 1. 11.

by midsunset


나는 텔레비전을 자주 켜는 편은 아니다. 가끔 재밌게 보는 드라마는 핸드폰 어플로 주요 장면만 챙겨본다. 가만히 한 곳에 앉아서, 게다가 눈도 가만히 한 곳을 응시하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성격과 습관 탓인 것 같다. 재밌게 프로그램 속으로 빠져들어가다가도 저 멀리 정리하지 않은 옷가지들이 보인다던가, 어디선가 구수한 보리차 끓이는 냄새가 나는 것 같으면 얼른 가서 주전자에 물을 올린다던가, 창 밖으로 하늘이 맑아 보이면 빨래를 얼른 해야겠다 생각이 들어 자꾸만 움직이게 된다.


그런 나의 시선을 묶어둔 프로그램이 하나 생겼다. 심사위원들 중 어느 정도의 나의 팬심을 오랫동안 얻고 있는 사람들이 몇 명 있어서 우연히 보게 된 프로그램으로 요즘 방송되고 있는 ‘싱어게인2’ 이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딱히 재밌게 본 적이 없는데 어쩌다 보니 꼬박꼬박 열심히 매 회 방송분을 챙겨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몇 명의 출연 가수들이 있는데 그들은 내게 추억 속에서 목소리로 기억된,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던 가수들이었다. 한 때는 수백 번을 반복해서 듣고 흥얼거리던 그 노래를 불러 준 옛 가수들, 그들이 지나가버린 시간 속 서사와 함께 들려주는 노래들에 나는 거의 영혼이 홀린 듯 빠져들었다.


또 재밌는 것은 반짝이는 시간을 살아 본 그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태도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는 것. 어떤 이들은 다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황홀함에 빠져서 그 무대가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노래한다. 또 다른 이들은 노래를 계속할 수 있게 되기를, 한 발 더 나아가기를 꿈꾸며 간절함을 토해낸다. 둘 중에 어떤 태도가 최고의 무대를 만드는 데 더 도움이 되는 걸까 고민해보기도 하고, 내가 상황에 따라 때때로 취했던 태도의 변형들에 대해 떠올려보기도 한다.


방송을 보는 중간중간 나는 자꾸 눈물을 흘린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목소리가 너무 슬프고 쓸쓸해서, 팀을 이룬 사람들이 이뤄낸 하모니가 너무 멋있어서, 가창력이 너무 시원하고 무대가 웅장해서, 심사평이 정성스러워서. 가끔은 눈물이 나와서 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울고 싶어서 우는 건가 싶을 만큼 눈물이 가뭄에 댐 수문 열리듯 시원하게 터져 나온다. 눈물을 흘리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고 했나, 시원하고 재밌고 후련한 기분이 방송 끝난 후에 남는다.


글과 음악을 대할 때 유난히 감성적인 탓도 있지만 무엇 때문인지 정확히 꼬집을 수 없이 나는 ‘싱어게인2’ 덕후가 되었음을 인정한다. 덕후가 된 다양한 이유 중 분명한 것은 많은 이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감동적이고 기분 좋아지는 일이라는 것.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좌절을 겪더라도 눈부시게 나를 향하던 조명을 그리워하며, 타인의 평가를 계속 받아야 하는 미션을 계속해서 수행해가는 모습들이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는 것. 그것이 내가 ‘싱어게인2’ 를 즐겨보게 된 이유이다.


다시 노래한다. 번역도 멋지지 않나.

노래하는 것도 멋있는데 심지어 ‘다시’ 라니.


이상 ‘싱어게인2’ 덕후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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