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건네지 말아 주세요

2022. 1. 14.

by midsunset


가까운 지인 중에 만약을 염려하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사람이 있다.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인데 주로 안 좋은 일에 관해서 언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대로 나는 만약에 일어날 나쁜 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조심하는 편이다. 말이 씨앗이 될 수도 있다고 언제부턴가 생각하는 편이라서 되도록이면 안 좋은 일에 대한 예측을 입 밖에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종종 지인의 염려에 대해 별생각 없이 공감하거나 넘기는 일이 어려울 때가 있다. 만약을 자꾸 언급하다가 그런 일이 혹시라도 생기면 지인은 “거 봐, 내가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했잖아.”라고 말하고, 나는 자꾸 그런 염려를 한 지인의 걱정이 씨앗처럼 길러져 현실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그리고 여전히 염려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음을 명심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지인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별 일없이 순조로운 일상의 평화와 안정감을 만끽하고 싶은데 지인의 언급 때문에 종종 방해를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늘 어려운 고민이지만, 나는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인데 타인은 하고 싶은 이야기일 때 배려는 어느 쪽에서 이뤄져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무척 곤란한 것 같다.


성격의 강약, 언어생활의 방식, 축적된 경험, 내재된 마인드의 차이 등에 의해 대화의 매끄러움이 결정되는 것이라면 상대적으로 여러 부문의 우위에 있지 않은 화자는 언제나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에 놓이는 경우들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본디 어렵고 피하고 싶어 하는 대화를 만날 때마다 나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 낸 열등감일까.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그런 부분이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다가도 무언가 억울해져서 상대방도 분명 내게 그런 배려를 한 부분이 있을 텐데 ‘나는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듯이 상대방도 그렇겠지’ 하고 이해를 해야 하는 것인지, ‘그 부분은 조금 내게 불편한 부분이라 다음에는 언급을 좀 피해 줬으면’ 하고 표현을 해야 하는 것인지 도통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대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고 하지 않나. 어떤 말은 훌륭한 조언이 되고 준비자세를 가다듬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의 눈빛과 대화를 조금은 자세히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괜한 염려로, 불편한 예측으로 상대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인지, 이런 글을 쓰는 나 또한 섬세해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나의 불안함을 상대방에게 무조건 건네지는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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