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13.
간 밤에 꿈을 꿨다. 하루 종일 사방이 얼음으로 덮인 아주 추운 지역에서 뛰어다니며 노는 꿈이었다. 신기하게도 방은 후끈후끈하게 보일러 온도를 높여두었는데 눈을 떠 보니 손과 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평소에도 수족냉증이 조금 있는 편이긴 한데 오늘은 유난히 손발이 시렸다. 때문에 두꺼운 양말을 신고 아침 종일 따뜻한 물에 손을 담가가며 몸을 녹였다.
아주 오래전에도 이런 비슷한 연결고리를 가진 꿈을 꾼 적이 있다. 고등학교 때였는데, 다음날 영어 말하기 수행평가가 있는 날이었다. 언니와 숙제를 하다가 새벽에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 숙제하면서 틀어놓던 그룹 가수 쿨의 노래를 열정적으로 계속해서 따라 불렀다. 왜 불렀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그저 숙제를 하면서도 흥얼거렸는데 그게 꿈으로 이어진 것만 같았다.
노래를 하다 하다 지쳐서 목이 아프네, 생각할 때쯤 아침이 밝았다. 그 당시만 해도 목이 좀처럼 상하지 않는 건강한 편이었던 나는 아침에 뜻밖의 상황을 맞이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말을 해 보려고 힘을 주어도 쥐어짜는 숨소리만 새어 나올 뿐 평소 같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엄마가 놀라셨고, 나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내가 꿈에서 계속 노래를 했는데 너무 노래를 많이 불러서 목이 아픈 꿈을 꿨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은 어이없어하며 웃어댔고 딱히 아픈 증상도 없이 목소리만 잘 나오지 않는 내가 나도 신기했다.
학교에서 수행평가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친구들은 아침부터 내가 종이에 써서 사연을 알려주자 박장대소했고, 영어 선생님은 그게 말이 돼냐며 수행평가 준비를 못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놀리셨다. 나는 너무 억울해서 준비한 스크립트를 보여주며 지금이라도 암기해서 말할 수 있지만 소리만 안 나오는 것이라고 온갖 몸짓과 입으로 새어 나오는 작은 소리로 설명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선생님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준비한 내용을 영어로 말했고 선생님은 내 입모양으로 발음과 암기 상태를 짐작하며 겨우 평가를 마쳤다.
보통 꿈은 그냥 꿈이라고 하던데, 그것은 내가 경험한 꿈이 그냥 꿈이 아니었던 신비한 경험이었다. 아침에 오늘의 꿈과 고등학교 때 내 목소리를 가져간 꿈에 대해 아이들에게 말해주었다.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깔깔 웃었다. 지금은 적당한 온도로 녹여진 내 손과 발을 만져보니 기분이 묘하고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든다.
그 신비한 꿈들은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몸은 깨어났으나 꿈은 내게서 조금 더 긴 시간을 머물고 싶었던 것일까.
그래도 반나절이나 겨우 하루 정도의 일이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