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를 소개합니다

2022. 1. 19.

by midsunset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 때였다. 일곱 명이라서 두 팀으로 나눌 수가 없다며 고민을 하고 있길래, 큰 아이를 불러서 한 친구는 깍두기를 시켜주는 게 어떻냐고 물었다.


“엄마, 깍두기가 뭐예요?”


아이가 물었고, 나와 엄마들이 설명을 해 주었다.


“깍두기는 말이야, 예전에 엄마들이 어렸을 때도 많이 이용했던 방식인데 팀을 나눌 때 한 명이 남아서 두 팀으로 나누기 곤란하면 한 친구를 깍두기로 지정해서 어느 쪽에서나 활동할 수 있게 해 주는 특권을 주는 거야.”


“그럼 모두 다 깍두기가 하고 싶을 거잖아요.”


“음, 나이가 어린 동생이나 힘이 조금 약한 친구, 다리가 아프거나 달리기가 느리거나 하는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거나, 반대로 나이가 가장 많은 친구 또는 날렵하고 힘이 센 친구에게 기회를 주면 양쪽 팀에 공평하게 될 것 같은데 너희들 생각은 어때?”


어느새 아이 주위로 모여든 친구들에게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해 주고는 끄덕끄덕하는 친구들이 생기자 가서 자유롭게 놀면서 깍두기 제도를 한 번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알려주었다.


아이들은 몇 번 깍두기를 지정해서 놀다가 결국 개인전으로 술래잡기를 했다. 서로 깍두기를 하고 싶어 하거나 깍두기가 된 친구가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 팀을 위해 더 노력하는 것을 보고 불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두 아들과 집으로 돌아오는 데, 깍두기 제도를 잘 활용하지는 못했지만 홀수의 친구들이 있을 때 팀을 나눌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알았다고, 재밌는 제도인 것 같다고 큰 아이가 말했다. 작은 아이는 자신이 몸집이 작고 동생이기 때문에 형아들이랑 놀 때는 자기를 깍두기로 지정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각해보면, 나도 지나온 어린이들의 세계에 많은 지혜가 담겨있다. 깍두기가 왜 깍두기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친구를 소외시키지 않고 함께 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고 약하거나 강한 친구를 잘 품어줄 방법이지 않나. 그 시절에는 그저 그런 일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니 꽤 근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두 아이와 나, 셋이 있을 때 게임을 하는 시간이 오면 큰 아이가 작은 아이 팔을 번쩍 들고 이야기한다.


“오늘의 깍두기를 소개합니다!”


우리는 박수를 치고 오늘의 깍두기는 두 팔을 벌려 능청스럽게 환호를 받아들인다.


풉, 귀여운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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