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20.
어제 오전 일찍, 아이들 등교 후에 아이 친구 엄마들과 나들이를 갔다. 효리네 민박을 촬영했던 이효리의 옛 집에 가 보기로 했다. 엄마들인지라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널찍한 마당과 커피 한 잔 하기 딱 좋은 테라스 공간에 반했고,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공간에 들어와 있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무언가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끝나가고 식사할 곳을 골랐다. 해는 따뜻한데 바람은 차가운 날이라 뜨끈한 음식을 먹기로 결정하고 식당에 찾아갔다. 불과 얼마 전에 내가 브런치에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어 고마웠던 식당의 이야기를 적었는데 며칠 만에 정반대의 이야기를 적게 될 줄 몰랐다.
식당의 사장님은 방금 일어난 듯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그리고 대뜸,
“차를 어디댔지?”
물으셔서, 앞에 잘 주차했고 옆에 주차공간이 넉넉히 남았음을 말씀드렸다. 일행과 함께 메뉴를 고민하고 있는데 그냥 한 메뉴를 먹으라고 못 박았다. 굳이 따지고 싶진 않지만 서너 가지 메뉴 중 가장 비싼 메뉴였다. 이왕 나온 거 고루 맛보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들었지만 사장님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여러 개를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마진이 몇 천 원인데 별 차이가 없으니 메뉴를 통일해야 서로 좋다고 덧붙이셨다.
주문을 마치고 기다리면서 커피도 한 잔 하고 들어가기로 해서 어디를 가 볼까 이야기를 나누는데 사장님이 어디를 가라, 어디도 좋다, 거긴 별로다, 거긴 가깝다, 자꾸 대화의 중간중간 의견을 제시했다. 게다가 또다시 반말로 우리에게 물었다.
“아무 계획도 없이 여행을 왔어? 쯧쯧.”
듣다가 힘들어진 일행 중 한 명이,
“저희 제주도에 살아요.”
하고 말하자,
“어머, 우린 여행객 손님이 대부분인데 신기하네.”
하셨다. 그때 세 명의 손님이 들어왔고, 그 일행에게도 똑같은 메뉴로 시킬 것을 강요했다. 가족으로 보이는 그 일행 중 아이가 다른 것을 먹고 싶다고 하자 그 메뉴는 4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며 괜찮겠냐고, 그냥 같은 메뉴를 먹으라고 했다. 나는 작게 고개를 흔들었고 나의 일행들과 눈이 마주쳤다. 모두 불편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우리 셋, 새로 온 손님 셋, 여섯 개의 같은 메뉴를 준비하는데 우리의 것이 먼저 반 정도 준비됐는데도 사장님은 줄 생각을 안 하셨다. 새로 만든 세 개를 똑같이 반 정도 준비한 후에 여섯 개의 메뉴를 동시에 나머지 부분을 준비했다. 우리가 다른 일행보다 20분 정도 빨리 와서 주문을 했는데 말이다. 심지어 중간에 핸드폰 벨이 울려 꽤 긴 통화를 하셨다.
어찌 됐건, 음식은 우리 앞에 놓였고 사장님은 그때부터 자신의 무용담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원래는 엄청 비싸고 고급의 요리인데 자신이 처음으로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보통 성인들의 평범한 점심 1인 식사비용으로 저렴한 가격은 아니라는 개인적인 견해를 덧붙이고 싶다, 꼭.) 제공한 사람이며, 유명 호텔들의 셰프들도 이곳에 찾아와 감탄을 하고 갔단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사장님은 젓가락으로 손님들의 음식을 모두 한 번씩 뒤적거리셨다. 아직 식사 전이고 끓여서 먹는 음식이라고는 하지만, 내 음식에 무방비 상태에서 찔러들어오는 젓가락이 반가웠을 리 없다. 한 젓가락으로 여섯명의 음식을……. 손님들이 식사를 할 동안 사장님은 한참 말씀을 하시다가 오픈된 주방에 놓인 조리기기들에 호스로 물을 뿌려가며 물청소를 하셨다.
나와 일행들은 빛의 속도로 식사를 마쳤다. 평소 식사 속도가 느린 나는 음식을 반이 넘게 남겼다. 식당에 도착하기 전에는 무척 허기가 졌던 것 같은데 도통 음식이 맛있게 들어가지가 않았다. 사장님은 우리가 식사를 마치려고 하자, 음식 중 특정 채소를 남긴 것을 지적하며 어서 다 먹으라고 하셨다. 결국 그것을 먹지 않은 것이 우리 일행이 사장님께 불편함을 표현한 유일한 방식이었다. 나는 드라큘라에게 피라도 뽑아 준 듯 기운이 다 빠져서 식당을 빠져나왔다.
참 좋은 식당 사장님도 많고, 참 맛있는 음식도 많고, 혹여 상처가 될까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세상에 살고 있었다가 잠시, 모두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일깨워 준 시간 같았다.
조용히 가서 쪽지 한 장 남기고 싶다.
저희 진짜 불편했어요.
진짜 진짜 너무 불편했어요.
40대 소심이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