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23.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책을 읽고 있다. 아직 몇 장 읽지 않았는데 딱, 재밌어지는 내용이 시작되는 부분까지 읽은 것 같다. 책 속의 주인공은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인생이 엉망이 된 것 같아 죽음을 결심하게 된다. 그러다가 도서관에서 책을 통해 자신이 후회하는 선택의 순간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 이 책 초반의 줄거리이다.
책 속의 주인공이 후회가 남은 선택을 되돌려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기억 속에는 아쉬움만 남았었지만 왜 당시에 주인공이 그 선택을 하지 않게 된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요소들이 등장한다.
가끔 나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들에 대해, 혹은 놓치고 말았다고 여기던 기회들에 대해, 그 좋고 소중한 것을 왜 나는 최선을 다해 붙잡아두지 못했을까, 그것만 제대로 했더라면 내게 꽤 괜찮은 일들이 일어났을 텐데, 하고 말이다. 그래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주 작고 미미한 부분일지라도 무언가 꼭 있었다. 그땐 그것이 내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 믿었기에, 혹은 그것 말고 다른 것이 내게 너무 소중했기에.
시간은 마법의 가루처럼 기억 위에 살포시 얹어져서 과거의 일들을 종종 미화시키는 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제는 멀어져 버린 인연들과의 좋았던 추억들을 가끔 떠오르게 하고, 나의 선택으로 속하거나 빠져나온 소속에서의 기억들도 마찬가지이다. 매 순간 끊임없이 선택을 반복해야 하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선택에 대한 후회를 느끼고 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지나갔다는 이유로, 선택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으로 기억을 미화시키는 것은 참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 어리석음 때문에 또 지금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화시키지 않은 기억들에 대한 후회가 가득하고, 어둡고 힘든 장면들과 상처들을 잊으려고 애를 써도 잊히지 않는다면 지금을 사는 것이 너무 힘겨울 것 같다. 그래서 신이 우리에게 기억을 미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주신 것 같다. 어차피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므로.
나는 사실 기억 미화를 상습적으로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지나간 일 중에서 좋은 부분만 아주 크게 기억하려고 애쓴다. 슬프고 힘든 부분은 아주 깊은 곳에다 묻어버린다. 굳이 꺼내서 자주 들추면 뭐하리, 깊이깊이 처박아 둬야지.
책을 다 읽어봐야 결론을 알겠지만, 주인공이 지난 시간 속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선택들에 이유가 있었음을 깨닫고 자기 자신을 믿게 된 후 현재로 돌아와 다시 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기억은 언제나 미화되기 쉽고, 과거의 나는 그 순간 가장 나를 위한 선택을 했다고 깨닫게 되기를. 내가 지금 그런 생각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나름 매력적이고 현명한 방식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이곳에 리뷰를 다시 적어야겠다. 나의 예상과 비슷했는지 혹은 전혀 달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