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에 가고 싶다

2022. 1. 22.

by midsunset


지방에 살던 사람이 갑자기 서울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쉽게 말하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심심치 않게 생겨난다. 나 역시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기에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 생활을 시작하면서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터져 나오는 추억들이 있다.


서울 생활을 시작한 지 한 두어 달쯤 됐을 때였다. 친구가 나의 학교와 멀지 않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둘이 만나기 좋은 중간 지점이 종로였다. 어디선가 주워 들었는지 봤는지 우리에게는 공통적으로 삼청동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그날 함께 삼청동에 가 보기로 약속했다. 어떻게 가는지 알고 있냐고 친구에게 물었더니 종로에서 위쪽으로 쭉 걸어가면 삼청동이 나온다고 다른 친구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봄이 지나가고 슬슬 더워지던 시기였던 것 같다. 종각에서 만나 인사동을 가로질러 걸어가면서 발에도 몸에도 땀이 났다. 나는 인사동 안쪽 골목도 처음이라 그곳이 삼청동인 줄 알았다. 친구가 여기는 인사동이라며 자기는 인사동은 와 봤다고 저기 산이 있는 쪽을 향해 더 걸어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인사동을 구경하며 걷다가 꿀타래도 사 먹고 터키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나무 수저 같은 전혀 쓸모 없는 기념품을 사다가 본래의 목적을 잊고 한참을 떠들며 돌아다녔는데, 친구와 나 둘 다 도무지 어디로 가야 삼청동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시절은 지금처럼 지도 어플이 목적지만 입력하면 길을 알려주지 않았으므로.


인사동 거리가 거의 끝나가는 지점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6차선인지 8차선인지 아무튼 버스와 차 들이 가득한 도로를 보고 힘이 다 빠졌다. 인사동 거리를 조금 걸어가다 보면 삼청동이 나온다고 했는데 거리가 끝났다는 것이 황당했다. 왜 그랬는지 기억나질 않지만 나와 친구는 그 길을 건너볼까 하는 것을 전혀 시도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우리는 친구의 친구 말대로 인사동을 쭉 걸어왔는데 삼청동을 못 만난 것을 보니 우리가 방향을 잘못 찾아온 것이라 생각했다.


오다가 눈여겨봐 둔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한옥으로 된 식당에서 파전을 먹으며, 도대체 삼청동은 어디에 있을까 둘이 한참을 이야기했다. 아마도 아까 그쪽으로 갔어야 하나보다, 아니다! 그 건물 뒤편인가? 하는 정말 바보 같은 이야기. 그래도 인사동도 재밌다며 웃고 떠들다가 우리는 다시 길을 쭉 걸어 내려와 종로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았다. 삼청동은 우리가 코 앞에 두고 돌아섰던, 신호등을 건너면 바로 펼쳐지는 동네이며, 그 길가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 집 바로 앞에 내리는 버스가 있다는 것을. 그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와 나는 서울 사람들의 ‘조금만 걷다 보면’이라는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조금’과는 다르다는 것을, 엄청 넓은 차선을 건너는 것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언급하며 배꼽이 나올 정도로 웃었다.


삼청동에 가는 쉬운 방법을 알게 된 후, 우리는 틈만 나면 삼청동에서 만났다. 둘 다 그곳을 좋아하기도 하고 버스 노선도 중간 지점이라 적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텔레비전 속에서나 보던 예쁜 곳을 우리가 걸어 다니고 있고, 자주 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동네 중 하나인 삼청동, 언 이십 년이 지나 그곳에 얽힌 에피소드를 오랜만에 떠올리니 또 그곳에 가고 싶어 진다.

이제는 헤매지 않고 잘 찾아갈 수 있는데 내 몸이 이렇게 멀리 바다 건너에 와 있다는 것이 새삼 서글프다. 아, 삼청동 길을 발이 아프도록 걷다가 골목 안 어느 카페에 앉아 향긋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람의 마음은 계속 변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