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1.
설날 아침 떡국을 끓여먹고 점심께쯤 나서서 바닷가에 갔다. 아이들이 재밌게 가지고 놀 만한 고운 모래가 펼쳐진 모래사장이 있는 바다를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부모님께 웅장한 제주 경치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주상절리와 해안 절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박수기정에 가 보기로 했다.
멀리서부터 깎아지른 거대한 절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닷물에 가까이 가는 길이 아이들이 걷기에도 험하지 않을 것 같아 절벽이 보이는 바다를 향해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절벽이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기라도 하는지 차갑게 불던 바람이 은은한 바람으로 불어오는 것 같았다. 절벽에 가까이 가는 길에 발 밑에 놓인 돌들을 보고 우리 가족들은 발길을 멈추어 섰다.
“어머, 너무 예쁘다! 어쩜 이렇게 동그랗지?”
“엄마, 이 돌멩이 보세요! 마시멜로같이 동글동글해요!”
아버님께서 뾰족한 곳이 하나도 없는 돌 하나를 주워서 한참을 만지고 바라보시며 말씀하셨다. 이것도 처음에는 어디서 부서져서 날카롭고 뾰족했을 것이라고, 파도에 치이고 다른 돌에 깎이고 비바람에 씻기다가 이렇게 동글동글해지고 말았을 것이라고. 사람도 그런 것이라 경험이 많지 않을 때는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자꾸 모가 나고 서로 부딪히곤 하지만 많은 경험을 하고 주위 환경에 적응해 가다 보면 동글동글하게 다듬어지는 것이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과 돌멩이를 만져보았다. 너무 귀여운 모양이라서 자꾸 돌멩이를 집에 가져가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어 보고 싶을 때 보는 것으로 대신하자고 달랬다.
돌멩이들이 납작하고 동글하니 꽤 긴 거리를 걸어도 발이 불편해지지 않았다. 절벽에 가까이 갈수록 자세히 보이는 주상절리의 겹겹이 쌓인 수많은 층을 가까이 보게 될수록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괜히 숙연해지는 것이었다.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저 거대한 돌 벽이 비바람과 파도를 마주하며 만들어진 것일까, 투정도 불평도 없이 그저 흘러온 시간을 담고 있는 자연이 만들어낸 절경 앞에서 인간은 작고 인생은 짧고 복작거리는 감정들은 소란스럽게만 느껴졌다. 이런 풍경을 보면 겸손하게, 동그랗게 살고 싶어 진다.
어디선가 물이 정말 계속 새로 솟아나기라도 하는 듯 어찌나 물빛이 맑은지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이 멋진 자연환경을 계속 보고 살아야 할 텐데, 하고 감동과 동시에 걱정이 밀려왔다.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커서 이렇게 멋진 곳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 와서 행복을 누려야 할 텐데. 환경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최대한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물 수제비를 뜨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어머님이 연신 사진을 찍으셨다. “이 시간이 나중에 참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네.” 하고 말씀하셨다.
제주에 여행도 많이 왔었고, 이사 와서 지낸 시간도 꽤 되는데 아직도 모르는 새로운 곳이 많다. 시간이 지나서인지, 조금씩은 변한 것인지 예전에 다녀온 곳도 다시 새롭게 느껴져서 볼거리가 된다. 다시 한 번 제주는 넓고 볼 것은 많다는 것을 깨달았던 2022년의 설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