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2.
우리집 막둥이인 둘째 아이는 지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나는 정말 그런 것인지 진지하게 다 믿을 수는 없으나 선생님들의 말씀에 따르면 유치원에서 매사에 모범이 되는 아이로 주로 칭찬받는 일이 많은데 이례없이 눈물을 쏟고 투정을 부리는 날은 어김없이 승부가 달린 게임에서 지는 날이라고 한다.
명절이라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재미나게 윷놀이를 해 보자고 준비해 둔 윷을 꺼내고 자리를 펼쳤다. 애써 달려가던 말이 잡혔다고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해지던 둘째 아이는 상대편이 이기자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달려라 하니처럼 눈물을 양쪽으로 쏟아내며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고 침대로 달려갔다. 어른들 앞에서 어찌나 민망하고 죄송스럽던지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오랜만에 귀여운 손주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던 할머니 할아버지는 당황은 아주 잠시, 그 마저도 귀엽다고 껄껄 웃으셨다.
쉽사리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는 둘째 아이를 품에 안고 놀이나 게임은 원래 지는 날도 있고 이기는 날도 있고 져서 재밌기도 하고 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고, 어떻게든 마음을 풀어주려 갖가지 감언을 쏟아냈다. 눈가에 눈물이 여전히 마르지 않은 채로 어깨가 위아래로 들썩거리는 일곱살 아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이렇게 매번 태연해지지 않는 승부욕으로 인한 분노를 다스려야 하는 성격이 안쓰러웠다. 아이 딴에는 또 이것이 얼마나 힘든 갈등일까, 인정하려 해도 인정되지 않는 그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까 싶어 가만히 기다려줬다.
씩씩거리던 아이가 숨소리를 조금씩 가라앉히는 것 같아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치를 보았다. 이제 좀 괜찮은 것 같아서 다시 윷놀이를 해 볼까 물었다. 이제 자신은 할아버지 편을 하겠다고, 모나 윷을 던질 것이라고 하며 야심찬 표정으로 일어났다. 역시 씩씩하다고 칭찬하면서 넌지시 물었다.
“이제 지더라도 울지 않을 수 있겠지?”
아이가 다시 팔짱을 꽉 끼더니 씩씩거리는 호흡을 시작했다.
“아니요! 지는 건 정말 참을 수 없어요! 싫어요!”
하더니, 아까 분노하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 이후로도 둘째 아이 덕분에 달려라 하니의 명장면이 수없이 연출된 하루였다. 지는 걸 왜 그렇게 못 참을까, 어떻게 하면 게임의 재미를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