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해가고 있다

2022. 2. 3.

by midsunset


중학교 때 H.O.T와 S.E.S가 나왔다. 그와 비슷한 그룹 가수들이 쏟아져 나와서 그들이 부르는 노래와 춤, 입고 나오는 의상은 물론 헤어스타일까지 수많은 것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의 내 주변 어른들은 머리스타일이 저게 뭐냐, 남자들이 귀걸이가 웬 말이냐, 뭐라고 해대는지 랩이라는 것은 도통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이라며 요즘 아이들의 문화를 낯설고 불편하게 여기는 기색을 내비치곤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멤버의 이름과 노래들을 대략적으로라도 기억하는 그룹은 위너다. 그다음으로 나온 아이돌 가수들은 멤버의 이름을 듣고 그가 어떤 그룹에 속해있는지 도무지 짐작도 할 수 없을 만큼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고 기억에 남겨진 것도 없다.


가끔 음악 차트에서 신곡이라도 들어보려 하면 도대체 누가 누구인지, 무슨 노래인지 전혀 모르게 된 지 꽤 오래된 일이다. 내 눈앞에서 강산이 변해버린 것처럼 기분이 묘해질 때도 있다. 좋아하는 노래를 다시 듣고 싶어서 테이프의 구멍을 휴지로 막아서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녹음하고, 연말 시상식 공연을 녹화해서 다시 보던 시간을 지나온 나는 휴대폰 화면 몇 번의 터치로 유튜브에서 수많은 영상을 찾아볼 수 있고 원하는 노래를 언제든지 재생시킬 수 있는 지금의 문화를 유용하고 편리하게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낯설고 내 것 같지 않은 이질감이 있다.


내가 청춘으로 불리던 때에 어른들이 나를 바라보던 시선이, 우리들의 문화를 대하던 마음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분들도 젊었고, 그분들의 문화도 낯설어하던 그 이전의 어른들이 있었는데 금세 또 다른 새로운 것들을 뒤에서 바라보게 되는 기분을 느꼈을 테니 그 마음이 이 마음이었겠구나, 하는 생각.


우리 아이들이 음성 인식 스피커에 대고 “이야기 들려줘” 하고 말하고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 나도 잘 준비를 할 수 있어 여유롭고 편리하면서도 이야기가 끝나면 엄마의 의견을 가끔 이야기 끝에 덧붙인다.

시간이 지나 어린 시절의 밤을 돌아볼 때, “아, 그때 그 스피커가 들려주던 이야기가 떠오르네.” 하며 추억에 잠길 것을 생각하면 웃기면서도 뭔가 허전하고 슬퍼지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 그럼 옆에서 대화를 나누던 친구가 말하겠지. “아, 그러고 보니 나도 생각난다. 우리 집 스피커도 진짜 좋은 이야기 많이 해 줬는데.” 하고 서로 옛 스피커와의 추억을 꺼내 놓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이 할 이야기가 많아지고, 그래서 상품화된 추억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세대 차이와 세대 장벽이라는 말들이 생겨나는 것인가 보다. 내 눈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편리해져서 과연 고민하고 생각하고 어려움의 견뎌야 하는 시간이 이들에게 있을까 싶어 걱정을 가끔 하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나도 그런 우려를 받으며 지나온 시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다 좋은데 조금은 느렸으면 좋겠다. 아, 참 좋은 것들이 생겨났네, 하고 음미하고 있을 동안에 또 다른 좋은 것들이 쉴 새 없이 생겨나니 마음이 바빠지고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에 따라가지 못해 허우적거리고 있는 기분이 들고말 때가 있다. 내가 다 알고 다 받아들이지는 못해도, 흘러가고 있구나, 바라볼 수 있는 속도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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