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만나고, 이별 후 보내기까지의 여행
여름휴가를 계곡으로 가기로 정한 날 나는 무조건 내 친구를 데리고 가야 한다고 떼를 썼다.
아빠는 무슨 여행 가는데 강아지를 데리고 가냐고 잔뜩 잔소리를 했다.
우여곡절 끝에 허락을 겨우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내 친구는 수영을 할 수 있으려나, 얘는 우리 집이 아닌 곳에서 잘 잘 수 있으려나, 멀미는 안 하려나.
친구를 데리고 어디를 간 적이 없어서 내가 다 떨리고 걱정이 많았다. 친구는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냐고 나를 쳐다보는 듯했다.
나는 제발 내 친구가 차에 오줌이나 토만 안 했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그렇게 되면 다시는 친구랑 가족여행은 못 갈 거 같았다.
내 친구는 너무 신기하게도 멀미가 없었다. 나는 멀미가 엄청 심한데 부러웠다.
나는 차만 타면 멀미를 하거나 무조건 자야 하는 아주 고질적이고 보편적인 멀미쟁이다.
바퀴 달린 모든 교통수단은 다 멀미를 한다.
내 친구는 나중에 비행기를 타고도 멀미 없이 편안하게 다녔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강아지랑 여행을 가는 건 어렵다. 숙소며 음식점이며 모두 강아지를 허락해 주는 곳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갔던 숙소가 강아지도 갈 수 있는 숙소였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엄마가 무난하게 잘 해결해 주셨던 걸로 기억한다.
숙소가 해결되었다면 그다음 문제는 내 친구의 짐을 빠짐없이 챙기는 것이다.
강아지를 데리고 어디를 다닐 때는 짐이 2배가 된다. 목줄과 배변봉투, 배변패드, 친구가 잠들 수 있는 애착 방석, 샴푸, 사료, 진드기 기피제, 물티슈, 휴지.. 등등
그러면 내 짐보다 친구의 짐이 훨씬 더 많아진다. 그래도 괜찮았다.
나는 조금 불편해도 괜찮지만 내 친구는 뭐가 불편한지 말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더 신경 쓰고 잘 챙겨야 한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는 강아지 용품을 이것저것 많이 사서 여행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내 친구는 여행을 싫어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이동가방이며 진드기 기피제며 반려동물 물품 종류가 한정적이었고, 지식도 많이 없었다.
조금은 핑계지만 그때의 나는 어렸고, 지금은 흔한 하루 만에 오는 배송도, 돈도, 스마트폰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여행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물을 줄 수 있는 이동식 물병이 없어서 종이컵을 찢어서 줘야 했고, 사료를 주는 밥그릇이 없어서 종이컵에 줬다.
배변패드가 부족해서 나중에는 따라다니면서 치웠고, 이동가방이 없어서 강아지는 못 들어오는 음식점에서는 차에 혼자 두고 가야 했다.
그래도 잘 먹어주고, 잘 자고, 꼬리를 흔들고 웃어줘서 고마웠다.
첫 계곡 여행은 벌써 10년이 지난 여행이라서 기억이 희미하지만 친구가 처음으로 물속에서 나에게 열심히 헤엄쳐서 온 표정은 또렷하다.
친구는 거기에서도 나만 바라본다. 바비큐를 먹을 때도, 물놀이를 할 때도, 나만 바라보고 나만 따라다닌다.
털이 다 물로 젖어서 못생겼다고 놀리고, 바닥에 떨어진 고기 주워 먹는다고 혼내고, 나 잡아보라고 뛰어다닌 기억이 선명하다.
내 친구는 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겁이 많아서 그런가. 처음에는 물에서 같이 놀다가 나중에는 최대한 물이 안 닿는 곳에 앉아서 나를 바라봤다.
힘든 점도 많았다. 나도 물놀이해서 힘든데 친구를 씻겨서 말려줘야 했고, 수시로 배변패드를 갈아줘야 했고, 자꾸 도망 다니는 친구를 잡으러 다녀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분명 그때는 너무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힘들었던 기억은 희미해지고,
친구의 신나는 꼬리와 더운지 웃는지 모르겠는 웃음과 내가 웃었던 기억만 선명하다.
다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나는 친구를 너무 잘 놀아줬다고, 행복하게 해 줬다고 으쓱거렸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친구가 나를 행복하게 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