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아지를 키울 자격이 있을까(2)

반려견과 만나고, 이별 후 보내기까지의 여행

by 보내기

나의 두 번째 실수


강아지도 사람처럼 생리를 한다. 그때의 나는 그것도 몰랐다.

처음의 기억은 친구가 갑자기 피를 흘려서 너무 놀랬다. 내 친구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의사 선생님은 웃으면서 생리를 하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는 생리가 끝나고 중성화 수술을 추천했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조금 고민하다가 중성화 수술은 안 하기로 결정했다.

중성화 수술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해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지낼지 한 번쯤은 고민하게 되는 수술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고민 없이 중성화는 무조건 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중성화 수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온전히 그냥 나의 생각이었지만 내 손만 한 강아지한테 수술을 시키는 것이 무서웠다.

뭔가 동물의 본능을 제거하는 느낌이라고 생각했고, 사람을 위해서 하는 수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내가 친구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은 핑계를 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고 지냈다.

모든 수술이 그렇지만, 중성화 수술을 할 경우의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고, 중성화 수술을 안 할 경우의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다.


나는 그때 조금 더 신중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순간을 후회한다.

중성화 수술을 안 했던 것에 대한 후회는 아니다. 그저 내가 신중하게 고민하고 선택하지 않았던 점이 후회될 뿐이다.

중성화 수술을 안 하고 지내는 앞으로의 생활을 고민하지 않았고, 중성화 수술을 안 하게 되었을 때의 질병을 고민하지 않았다.

나는 이번의 선택으로 친구의 생리를 12년간 책임져야 했고, 조금 더 지나서는 자궁 관련된 질병을 알아봐야 했다.

내가 친구랑 같이 살게 되고 나서 제일 힘들었던 점은 모든 결정권은 나에게 있고 그 선택의 결과는 친구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중성화를 하지 않고 지내는 나날은 사실 조금 힘들었다.

생리를 하는 달이면 기저귀를 차야했고, 기저귀 때문에 생식기 부분이 습해져 습진이 올라왔다.

그러면 강아지는 습진 때문에 가려워서 계속 핥고, 또다시 습진이 올라온다.

하루는 온사방 방바닥이 핏방울로 물들어서 하루종일 바닥을 닦은 날도 있었다. 제일 좋아하던 방석도 피로 물들어서 강제로 빼앗아야 했다.


나는 그렇게 매번 생리를 하는 달이면 친구가 싫어하는 기저귀를 채워야 했고, 습진이 올라오면 핥지 않도록 넥카라를 해야 했고, 좋아하는 방석도 빼앗아야 했다.

생명을 키우는 건 쉽지 않았다. 어린 나에게는 조금은 버겁고 힘들었다. 하루는 잘못도 없는 내 친구에게 짜증도 냈다.

친구는 내가 짜증을 내도, 귀찮아해도, 그저 나를 바라보고 꼬리를 흔든다. 어느새 내 무릎으로 와서 눕는다.

친구의 세상은 온통 나다.

내가 중성화 수술을 안 하는 걸로 선택해 놓고, 생리를 하는 너를 보며 귀찮아한다.

이렇게 나쁜 나를 따라다니며 기저귀를 차고 내 옆에 눕는다. 어떻게 이런 생명이 있을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중성화 수술을 안 하고 나서의 장점은 잘 모르겠다.

장점을 모르는 것이 장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건강하게 어떤 질병도 없이 잘 지냈다.

장점을 하나 꼭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13년 동안 살았던 내 친구는 최소 12년 동안은 단 하나의 수술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취도, 약도, 입원도 없다. 건강검진을 제외하고는 병원에 간 일이 없다.

이것이 중성화 수술을 안 해서였다고 확신하는지 물어본다면 당연히 아니다. 그냥 나는 내 친구가 나의 선택으로 잘 지냈다고 생각하고 싶다.


중성화 수술이 동물의 본능을 제거하는 느낌이라고 생각했지만 새끼를 낳지 않는 강아지에게는 자궁에 관련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새끼를 낳는 것이 본능인 내 친구는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고 지내기 힘들었을까. 아니면 괜찮았을까.

나는 아직도 내가 했던 모든 선택들이 친구에게 좋은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선택한다. 친구는 그 선택을 받아들이고, 어떤 선택을 하든 나를 사랑한다.


내 주변에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은 내가 만약 다시 강아지를 키운다면 중성화 수술을 할지 물어본다.

사실 정말 모르겠다. 중성화 수술은 나에게는 정말 어려운 선택이다. 단점은 명확하고 장점은 흐릿하다.

그래도 이건 확실하다. 중성화 수술을 안 하고 지냈던 내 친구와의 시간은 생리를 했던 시간마저 추억이고 소중하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 중성화 수술을 안 하고 친구와 지내겠냐고 물어본다면 완전 예스다.

더욱더 잘 챙겨줄 수 있고, 짜증도 안 내고, 귀찮아하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지금이라도 돌아가고 싶다.

그때는 친구를 닮은 귀여운 새끼 강아지도 낳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모든 선택은 후회를 동반한다. 나는 그저 내 선택이 친구가 원했던 선택이라고 믿고 싶다.


이전 01화나는 강아지를 키울 자격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