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만나고, 이별 후 보내기까지의 여행
안녕 오랜만이야.
네가 나를 떠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네.
나는 너를 아직 잊지 못하고 여전히 방황하고 있어.
너는 진짜 나쁜 아이야. 아프다고 말도 안 하고, 사랑만 잔뜩 주고는 날 두고 떠났잖아.
너는 진짜 성가신 아이야. 나만 따라다니고, 내 옆에서만 자려고 하고, 만져달라고 해.
너는 너무 착한 아이야. 항상 나만 바라보고, 나만 응원해 주고,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나를 너무 사랑해.
그래서 너는 나쁘고 성가시고 착해. 그래서 나는 네가 밉고, 보고 싶고, 너무 사랑해.
그 흔한 이별 노래나 흔한 슬픈 노래는 내 노래 목록에 지운 지 오래야.
그런 노래를 들으면 네가 내 애인도 아닌데 자꾸 슬퍼져서 들을 수가 없더라.
그래서 나는 너를 잘 정리하고자 이렇게 글을 써.
너를 처음 만난 후에도 가끔 작가의 꿈을 키우며 혼자 방 안에서 노트북으로 흔한 소설을 작성했던 거 기억나지?
너는 내 유일한 팬이자 내 모든 걸 알고 있는 비밀 친구였잖아. 묵묵하게 내 모든 행동을 지켜보며 응원해 주는 친구.
이 글을 마무리 지을 때면 더 이상 너를 생각하면서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도 나 우는 거 싫어했잖아. 그냥 너와 함께했던 모든 추억들을 다시 생각하면서 웃으면서 마무리하고 싶다.
내 인생의 버팀목이자, 내 인생의 유일한 사랑을 준 너에게.
2011년 중학교 1학년
나는 추석을 맞아 내려갔던 할머니 집에서 서울 집으로 올라가던 길이었다.
모든 집이 문을 닫은 어두운 길 중 유일하게 빛났던 펫샵, 기억이 희미해져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내 친구의 얼굴은 또렷이 기억난다.
청주의 조그만 펫샵에서 그렇게 이쁜 얼굴을 하곤 4개월이 지나도록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나를 애타게 쳐다보고 있었다.
펫샵 주인은 2개월, 3개월 아이들 사이에서 이제는 골칫덩어리가 된 강아지를 얼른 데려가라는 듯 엄청나게 할인을 하고 있었다.
그때는 펫샵이 나쁜 곳인지 모르고 무지했던 나는 내 추석 용돈을 엄마에게 다 주고 그렇게 내 친구를 품에 안았다.
올라오는 차 안에서 나는 집 가는 길이 그렇게 설레고, 짧고, 기뻤던 날이 없었다. 내 친구는 하얗고, 동그랗고, 마르고, 작았다.
펫샵 주인은 그때도 너무나 작았던 내 친구를 티컵 강아지라고 강조하며, 사료는 하루에 19알만 먹이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작아서 데려간 강아지가 너무 커지면 환불하는 사람들 때문인가 싶다.
말을 잘 들었던 나는 하루에 한 번씩 내 친구 사료를 하나씩 새면서 19알을 맞춰서 줬다. 바보같이.
나의 무지는 나만 바라보는 내 친구에게는 가혹했다.
19알을 맞춰서 주는 것이 나쁜 것임을 알았을 땐, 내 친구는 작은 강아지에서 더 이상 크지 않았다.
내 기억으로는 2일에서 3일 정도 그렇게 줬던 걸로 기억난다. 나는 그날들을 너무 후회한다.
혹시나 내 친구가 며칠 동안 사료를 조금 먹으면서 내가 작은 강아지를 바란다고 오해한다면, 나는 네가 작던 크던 그 자체로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조금 지나서 내가 알게 된 정보는 의사 선생님들 마다 조금 다르지만 아기 강아지 일 때는 종이컵 분량으로 한 컵에서 한 컵 반 정도 하루에 세 번은 나눠서 좋다고 했다.
사실 이렇게 말해도 강아지에게 해주는 어떤 것도 옳고 그름을 정의 내릴 순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듯 모든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니까.
그리고 강아지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많이 고민하고, 찾아보고, 또 생각해서 강아지를 위한 선택을 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예전에 나처럼 강아지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나처럼 사료를 하루에 19알 맞춰서 주는 사람은 없기를 바라며 내 첫 실수를 적어본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때 조금 먹인 나 자신이 너무 미울 때가 있다.
그때 사료를 많이 줬다면 조금 더 살았을 수 있었을까.
이런 나를 너는 뭐가 좋다고 그렇게 따라다니는지 너는 정말 이상한 아이야.
나는 그 후로 강아지에 대해서 많이 찾아보기 시작했다. 강아지는 내가 생각했던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을 많이 했다.
너는 왜 신발을 물어뜯니? 너는 왜 소변을 꼭 배변패드를 피해서 옆으로 싸니? 너는 왜 이렇게 낑낑거리니?
모든 의문은 점점 14살이었던 나를 버겁게 만들었다.
하루는 내 신발 한 짝을 물어뜯고는 내 배게 위에 올려둬서 신발과 함께 잠들었고, 내가 다니는 길은 귀신 같이 알아가지고 하루에 한 번은 꼭 오줌을 밟게 만들었다.
잘 놀다가도 꼭 내가 잠들려고 하면 낑낑 거리는 바람에 밤을 새운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버겁고 힘들어도 내 친구를 그냥 둘 수도, 미워할 수도 없었다.
그 친구는 바보 같아서 나만 바라보고, 나만 바라보다가 잠들고, 나만 따라다니고, 나만 따라다니다 잠든다.
강아지는 그런 존재다.
입양은 쉽고 같이 살기는 어렵다. 나는 강아지를 키울 자격이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고 입양을 한 결과는 힘들었다.
나는 그 후로 내 친구와 같이 살았던 13년간, 친구가 떠나고 난 지금까직도 매일매일을 고민한다.
나는 과연 강아지를 키울 자격이 있을까?
내 친구를 데리고 첫 산책을 나갔다. 분명 인터넷에서는 잘 돌아다니고 잘 따라다닌다고 했는데 너는 왜 이렇게 못 걷니?
내 친구는 아주 겁쟁이 인가 보다. 나는 겁쟁이를 데리고 한걸음만 더, 여기까지만 걸어봐 하고 열심히 끌고 간다.
너는 나밖에 몰라서 밖은 너무 무섭구나?
네가 좋아하는 사료를 조금씩 주면서 걷는 모습을 보며 나는 웃는다.
너무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도 내가 조금만 멀어지면 나에게로 꼬리를 잔뜩 내리고는 천천히 걸어온다.
그 해 가을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바람도, 햇빛도 너무 따뜻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가을이 제일 좋다.
친구가 처음으로 열심히 걸어온 그날이 너무 좋았다. 그때가 이렇게 그리울 줄 알았으면 동영상이랑 사진 많이 찍어놓을걸.
첫 산책은 몇 분 못하고 산책로를 코앞에 두고는 돌아왔다. 모든 게 무서운 친구를 데리고 이리저리 데리고 다닐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또 인터넷에 열심히 검색한다. 강아지가 산책을 싫어해요. 강아지가 밖을 너무 무서워해요.
사실 그때 검색으로 내가 얻은 지식은 무엇이었나 생각해 보면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나는 그냥 무식하게 부딪혔다.
그렇게 매일매일 5분이라도 내 친구를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밖은 위험하지 않아. 내가 너를 잘 지켜줄게 하면서.
그때는 하네스라는 개념이 없어서 집 앞 큰 마트에서 구매한 빨강과 핑크가 섞인, 강아지 발바닥이 그려진 목줄을 걸고 그렇게 열심히 다녔다.
조금씩 걸으면서 사료 한알 주고, 너무 무서워하면 그냥 냅다 들쳐 안고는 나무와 풀 냄새를 맡게 해 줬다.
그리고는 내 친구를 안고 뛰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친구에게 바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또 힘들면 그냥 벤치에 앉아서 햇빛을 맞았다.
내가 밖을 돌아다니는 걸 싫어해서 너도 싫어하는 건 아닌지 조금은 걱정했다.
그렇게 하루가 흐르고, 한 달이 흐르고, 내 친구는 걱정과는 다르게 산책을 제일 좋아하는 강아지가 되었다.
이리저리 냄새를 맡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쁨을 받고, 애교를 부리는 내 친구.
나는 친구가 산책을 가기 전, 내 앞에서 신나게 빙글빙글 도는 그 모습을 사랑했다.
내 친구는 인터넷의 강아지와 다르게 짖지도 않고 물지도 않았다. 그것도 걱정이었다. 내가 뭘 잘 못해줘서 그런 건 아닐까 하고.
알고 보니까 나는 3대의 덕을 쌓아서 엄청난 강아지를 만난 행운아였다. 그저 그렇게 운명처럼 만난 내 친구는 나를 평생 행운아로 만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