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7도 파리, 비둘기 둥지 무너뜨리기.

by 사온

16:14

2025년 7월 1일, 화요일 (GMT+2)파리 시간


날이 너무 더워서 일의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리다. 글도 써야하고, 서류도 해야하고, 편지도 손으로 써야하는데 이벤트 선물 배송에 앞서서 우체국을 가는 것 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어제는 무려 37도까지 올라갔다. 비둘기가 느닷없이 찾아오더니 알을 낳아서, 베란다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안으로 집어넣고 급한대로 둥지와 알부터 처리했다. 날씨가 너무 뜨거워서 밖에 나가서 뭘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에너지소모가 컸다. 다 끝나지 않은 발코니 정리는 선선한 새벽시간에야 겨우 손을 댈 수 있었고, 최소한 글을 하루에 하나는 쓰자는 마음에 할 일을 미뤄두고 모니터 앞에 앉았다.


피아노 연습과 음악 공부가 현실을 위해 기획하는 것들 때문에 계속 뒷전이 되고 있는 상황이 너무 속상하고, 체류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구축하기 위해 처리할 일들이 에어컨 없는 아파트에서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미뤄지는 것도 속상하다. 늘 날짜와 시간을 적어두는 이유는, 쓰다말고 다른 일을 하느라 그만둔 채 머릿속 상념을 채 정리하지 못해서다. 식재료를 사기위해 모은 영수증도, 일기도 계속해서 뒷전이 되고 있다. 다 체크해서 관리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밤과낮의 경계가 수없이 많이 뒤바뀌며 그 일들이 쉽지 않아지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마데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