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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인공", 자존심 상해.

by 사온

이제서야 AI 기반의 움직이는 영상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단한 릴스나 짧은 콘텐츠 제작용으로는 흥미로운 접근일 수 있겠지만, 들이는 시간과 자원을 생각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그리고 그만큼 결과물이 ‘잘’ 나온다는 의미도 아니다. 구현이 정교하다는 느낌보다는, 단지 ‘규모’가 커지는 것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나의 작업 방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툴이라는 생각이 든다. 섬세함이 부족해서 원하는 대로 구현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여전히 일방적인 자동화에 의존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아직까지는 그저 '모방'에 머무르고 있고, 기술력이 창작자의 직관과 감각을 따라올 수 없다는 사실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결국,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또 느낀다.


요즘은 이런 생각도 든다.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이 오히려 과장된 기대를 낳는 건 아닐까. ‘지적 프로그램’ 정도로 부르는 편이 덜 부담스럽고,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인공’이라는 단어엔 묘하게 자존심이 상하는 면이 있다.


어도비, 프크, 피카, 인비디오, 미드저니… 그 어떤 툴도 결국은 사람의 손과 감각이 어떻게 개입하느냐에 달렸다. 건조하게, 기능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어쩌면 가장 현명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무엇을 쓰든, 결국 중요한 건 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잘 쓰느냐, 못 쓰느냐. 사실 그것은 손그림도 마찬가지다. 본질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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