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걸어잠그는 좌물쇠 마련해요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가 독자분들과의 소통과 교류가 활발하지 않아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지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연재 중인 에세이의 제목을 《제발 피아노 치게 해주세요》에서 《이 계절의 이름을 몰라도》로 변경했습니다. 처음에는 임시방편으로, 그 순간 가장 절박하게 떠오른 마음을 제목에 올려두었지만, 아무래도 책 제목으로는 너무 거친 듯 싶었어요. 지금의 제목 역시 어디까지나 가제일 뿐이며, 책 제목을 정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걸 요즘 새삼 느낍니다.
“걸을 줄 아는 놈이 겁이 많아서 벽을 짚고 다녔어.”
부모님은 돌이 되던 아침, 제가 겨우 한 발 내디딘 순간이 꽤 놀랐다고 하셨어요. 돌날 아침에 걸었다는 것은 아주 평범한 성적이지만, 그 결과에 부모님이 놀란 이유는 어떤 발달이 걱정된 것보다는 성격상 확신이 들어야 걸을 것 같아서라고 하셨습니다.
그만큼 저는 무언가를 시작하기까지 오래 망설이고, 리스크가 있거나 중간에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면 처음부터 발도 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쉽게 돌아서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든 5년 넘게 걸어 같은 길에 색을 입히는 편이고, 그 시간은 공백처럼 보일 수 있어도 사실은 고요한 세계를 견디는 시간입니다.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댓글 하나하나에 공들여 답을 드리지 못하는 점, 또 구독자분 모두를 단순한 반사적 구독으로 맞팔하지 않는 점 또한 신중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함께 걸어갈 인연에게 쉽게 다가갔다가 중간에 돌아서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시작한 매거진 시리즈는 정기 간행물처럼 정제된 감정의 에세이들과는 결이 다릅니다. 사진과 짧은 일상을 엮은, 조금은 오픈된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그쪽에만 관심이 쏠릴까 걱정도 되었지만, 발행을 해보니 그런 불안은 기우였습니다. 오히려 묵혀 있던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조금은 ‘안전하다’는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며 조심스럽게 꾸리는 사적인 서재처럼, 멤버십 조건을 충족하면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다른 SNS처럼 무작정 타인에게 내 세계를 밀어붙이지 않아도 되는 곳, 누군가 직접 내 글을 찾아와주는 공간이기에 이곳을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들이 저에게는 귀한 손님 같습니다.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지독하게 붙어서 들여다보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두드려주신다면, 문을 열고, 열쇠를 가진 독자여러분께만 제공되는 컨텐츠 더 열심히 꾸릴게요. (아마도 피아노 연주 영상과 제 사진도 종종 수록될 듯 싶습니다.)
이 세계를 찾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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