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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by 사온

부질없는 망상일 뿐이고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개 무명에 불과한 사람이 쓴 글로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자의식 과잉으로 치부될 수 있을지언정

진심으로, 솔직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제 글을 읽고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음에도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만의 세계가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제 생각에 작가는요,

자신을 태워 타인을 비추는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의 감정과 일화를 글의 재료로 삼아

마침내는 자신의 실존마저

글 안의 등장인물로 녹여냅니다.

그렇게 도구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귀감이 되기도 하는 사람이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우아하거나 서정적인 무언가로 포장되곤 하지만,

사실 그 이면은 다릅니다.


실제로 제 주변의 여성 예술가들

아주 드셉니다.


어시스턴트 없이

전기톱과 망치, 사다리를 들고 직접 벽을 세우고

시멘트를 바르고

무거운 자재들을 옮겨요.


동시에 생계를 위해

캐셔로 일하고, 청소도 하고...


프랑스라는 시스템은

이렇게 예술과 생존을 그나마 병행할 수 있도록 갖춰져있어요.

그래서 이 곳에서는

작업을 멈추지 않고,

"계급장" 이라던가, "감투" 같은 것들에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아, 쟤도 글쓰는데 나도 글쓸까?

쟤도 그림 그리는데

나도 저런 뉘앙스와 스타일로 그림 그릴까?

쟤도 유학 갔는데

나도 뭐 유럽 가서 음악원 등록해볼까?”


이런 생각이 만약 든다면,

그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합니다.


하지만 더 바라건대,

여러분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 삶이 얼마나 빛나는지 느끼셨으면 합니다.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어도,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어도,

분명히 인간이라서 공감하는

어떤 통하는 정서는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적어도 이 거친 제 글을 읽고 "재밌다"라고 느끼신다면요

우리는 비슷한 사람들이 틀림없어요.


쉽게 쓰여 보이는 글,

부드럽게 그려 보이는 그림도

사실은 무수한 퇴고와 준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노동,

그리고 그걸 감당하기 위한 감정조절,

이 모든 것들을 위해 부어야하는

절대적인 물리적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저는 지금,

수입이 없고

졸업도 하지 못했으며,

당장 밀린 월세와 공과금으로

귀국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니에요.

일을 하고, 버티고,

식비와 교통비를 줄이며 공부하고 연습하고

다시 일하고, 또 다시 시작하며

30대가 되었습니다.


왜 귀국을 하지 않느냐 물으신다면,

일단은 피아노를 너무 사랑해서,

그 다음은

한국에 가면 알러지성 질환이 심각하게 재발하기 때문입니다.


유럽에 오자마자,

약도 안 먹었는데 모든 증상이 사라졌어요.


누군가는 오히려 파리에 와서 고생하고,

지저분한 공공시설로 인해

피부병이 생기기도 하고,

물이 안맞아서 고생을 한다고 하더군요.


저의 경우엔 반대 한국에 가면 이런 현상이 생깁니다.

여름엔 아토피가 심해져

온 몸이 가려워 약국을 다니고 침을 맞고 병원에 가야하고

작은 접촉만으로도 피부병이 생기고,

사시사철 비염으로 인해 약 없이는 살 수 없고

갑작스럽게 면역력이 떨어져

팔을 종이에 대기만 해도 그 독이 올라 피부가 빨갛게 일어납니다.

염증반응은 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세먼지로 인해 눈물이 줄줄 흐르고,

눈과 코에 생긴 문제는 목으로 넘어와 목까지 퉁퉁 부어요.

그렇게 약해지면 입술 근처에 물집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한약, 양약, 모두 동원해도 소용이 없으니

제 손으로 직접 단전에 불뜸을 뜨고,

혈자리에 침을 놓기도 해요.

그래도 계속해서 이 질환들과 싸워야해요.


누군가는 말할 겁니다.
“죽을 병도 아닌데, 예민한 거 아니야?”
“의지가 약한 건 아닌지?”

하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 불편함이 얼마나 사람을 무너뜨리는지.

어릴 적 개복수술 후유증까지 겹쳐
회복을 위한 시간과 비용만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평생 그렇게 살아야한다는 것이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아요.


이런 제 자신이, 한 때는 너무나 경멸스러웠습니다.

투정부릴 곳이 없어 다 큰 성인이 되어서도 아르바이트 하다 금방 지쳐

어머니께 눈물을 짜내고,

벼락같이 화를 내는 아버지가 무서워

도망을 치는 스스로가 너무나 싫었어요.

사실 지금도 스스로가 썩 사랑스럽지는 않습니다.


큰 성과를 이룬 누군가의 자전적 서사였다면

그 것은 그 사람의 성취를 빛낼 글이 되었겠습니다만,

제가 하고 있는 일과 제가 걸어온 길들은

여전히 무언가를 추구하기 위한 과정의 부산물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비슷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과의 세대차이,

연인과의 갈등,

친구와의 오해...

각자에게 각자의 사연이 있습니다.


결국 스스로 살아내는겁니다.

설령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나에게 놓인 상황과 현실에 대해

그 누구도 대신 판단하고 결정해줄 수 없기에...


부탁드립니다.
제 글을 읽는 여러분의 삶이
누군가의 도용이나 표절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글감이 없다고 다른 작가의 삶을 스토킹하거나
욕망에 눈이 멀어 우스운 욕망의 인물로 전락하지 않기를.


여러분이 진심으로 원하는 일을 하다 보면
저처럼 이런 곳에서 고함을 치지 않아도,
여러분의 빛은 결국 스스로를 드러냅니다.

그 빛이 가려지지 않도록

응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글을 통해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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