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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아-올리브 농장투어

by 불친절한 은자씨
몇 백년은 우습다. 천 년이 넘은 올리브 나무


전날 취소했던 올리브 농장에 전화를 걸어 혹시 투어가 가능한지 물어봤다. 예전 같으면 에이 뭘 굳이다시 물어봐서 뭐하나 싶었겠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애들에게도 뭔가 기억에 남을만한 것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저 관광지나 슥 구경하는 것보다는 뭔가를 배우든지 알게 되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내 딴에는 큰 귀찮음을 무릎쓰고 용기를 내 보았다.예약이 꽉 차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어머 왠일인가 다행히 빈 시간이 있다며 어서 오라고 하는게 아닌가.

역시 뭐든 시도해봐야 하는 거다. 전화 한 통 해보지 않았으면 이런 행운이 있었겠나.

자자자 얼른 가보자. 날씨도 좋고 거리도 그다지 멀지 않다. 엄청나게 큰 올리브 나무들이 엄청 많은 곳으로 간다는 말에 막둥이는 호기심이 발동하는지 콧노래까지 부른다.


. 가만히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아니 여기는 이태리인가 제주도인가. 차창 밖 도로 너머 줄지어 서있는 저 올리브나무 대신 감귤나무를 가져다 넣으면 나즈막한 검은 돌담이며 도로 건너편 보이는 바다까지 내 고향 제주도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내 고향 제주도의 모습이 여기서도 보이다니. 한국과 이탈리아가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 내가 태어난 곳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그런걸까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익숙한 풍광을 마주하면 그제서야 새삼 내가 해외에서 살고 있구나 싶다.


우리가 방문한 올리브 농장은 오스투니 가는 도중에 위치한 masseria brancati라는 곳이었다. 사실 이탈리아에는 풀리아 지역뿐만 아니라 아그리투리스모-agriturismo라고 여러 형태의 시골이나 농가에서 제공되는 체험 관광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여행프로그램이 많다. 와인이나 올리브 오일 농장에서 주로 운영하는데 이 곳 또한 아그리투리스모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가이드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이탈리아에 관광을 온다면 이런 아그리투리스모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농장에서 보내준 지표를 찍고 시골길을 달리다보니 금세 농장이 나타난다. 차를 세워두고 내려보니 온 사방이 올리브 나무 천지다. 몸통도 어마어마하게 크고 줄기며 뿌리가 어찌나 두껍고 휘어져 있는지 금방이라도 환타지 속 주인공들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가장 어린 나무는 20년 된 나무였고 몇 백년 된 나무들이 대부분이었고 1000년 2000년 3000년 된 나무도 있다며 올리브나무는 불멸의 나무라고 설명을 해 준다. 뿌리가 죽은 나무에서 올리브나무가 다시 자라기도 한다며 농장의 나무를 보여준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주변은 온통 올리브나무 천지얐다. 그렇게 넓은 농장에 집채만한 올리브 나무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열과 줄을 맞추어 서 있다. 나무의 뿌리가 워낙 두껍고 넓게 퍼져 땅 속으로 내려져 있기 때문에 나무 사이의 간격이 넓다는 설명이다. 아이들도 이런 올리브 나무가 범상치않다고 느껴지는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농장 투어는 과거 현대화되기 이전에 어떻게 올리브오일을 짜냈는지에 대해 설명해주고 농장 지하에 보존되어 있는 과거의 유적?이라고 해야하나 여튼 그런 곳을 탐방시켜주고, 투어의 마지막은 올리브유 블라인드 시식!!순으로 진행이 된다. 당연히 올리브유를 안살 수 없게 만드는 투어 진행이다. 농장의 올리브유는 놀랍도록 맛있다거나 내가 먹었던 올리브유와 크게 다른 맛을 느끼진 않았지만 그래도 현지구매의 기분이라는 것이 있으니 몇 병 구매했다.

이태리에서 올리브유는 한국에서 비유하자면 참기름 같은 거다. 백설 비비고 혹은 백화점 참기름이나 무슨 초록마을같은 유기농샵이나 한살림같은 조합에서도 팔고, 동네 유명한 기름집에서 사 먹는 사람도 있고, 참깨 직접 털어내서 기름집에서 짜내서 먹는 사람도 있는 것 처럼, 이태리에서도 오만군데에서 올리브유를 구입할 수 있다.

여튼 여행은 사람의 이성을 약간 마비시키는 게 있어 굳이 여기서 사지 않아도 되는 올리브유를 들고 총총총 우리는 오스투니로 향했다.

과거 올리브유 짜던 장비(좌)실타래처럼 꼬여서 줄기가 자라서 줄로 양 옆을 고정시켜두었다(우)
투어의 마지막 순서. 올리브유 블라인드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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