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부활절 여행 중에 내가 가장 기대했던 곳이 바로 Matera-마테라 였다. 그리고 여행이 끝나고 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곳도 역시 Matera 이다. 마테라는 행정구역상으로 풀리아가 아닌 바실리카 지역에 속한다. 이탈리아 지도를 보면 풀리아 주와 바실리카 주는 바로 붙어있고 실제로 오스투니에서 마테라로 넘어가는 데에는 1시간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숙소를 정할 때 마테라에서 꼭 1박을 하고 싶었는데 Sassi-사씨 라고 불리는 동굴 숙소를 경험하고 싶어서였다. 이 Sassi는 이탈리아어로 암석, 바위를 뜻하는 Sasso의 복수형인데 구석기 시대때부터 인류가 이곳에서 거주했을거라 추측된다고 한다. 동굴숙소라고 하니 돈주고 꼭 그런 곳을 가야하냐며 남편이 되물었지만 이번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곳에서 자볼까 싶어 내 맘대로 예약을 했다.
여행은 예상했던 모든 경우의 수를 빗겨나 기가 막히게도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지는데에 묘미가 있는거라고 본다. 우리라고 별 수 있겠나, 출발할 때 어이없던 비행기 티켓가격사건부터 남편이 자동차 안에 garage 열쇠를 두고 와서 올리브 농장을 다음날로 연기했던 일까지 있었으니.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마테라에서 묵기로 한 숙소에서 안내메일이 왔는데 차로 숙소가 있는 sassi 지역으로 진입할 수 없기 떄문에신시가지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마을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캐리어를 몽땅 들고 가기에는 고생이 훤하기에 필요한 물품만 얼른 가방 하나에 집어넣고 움직였다. 30분에 한번씩 오는 셔틀을 타고 빙글빙글돌아 sassi에 도착했다. 마을을 보자마자 아이들은 오리 주둥이 마냥 입을 삐죽내민다. 저들 좋아하는 모던한 호텔이 보이지 않고 온통 누런색 돌천지니 시골이다 못해 산골짜기 속에 들어온거냐며 궁시렁댄다. 울룩불룩한 돌계단을 올라 숙소에 들어가니 밖에서 보였던 누런 돌덩어리들이 다른 세상처럼 보였다. 마치 시간 여행이라도 하듯 새로운 공간처럼 느껴졌다. 아이들도 나와 같은 기분이었는지 처음과 달리 입을 풀고 시간여행 온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한다.
한참 쉬고 저녁을 먹으러 슬슬 둘러보니 마테라 역시 하루면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였다. 언덕 위에 형성되어있어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 여러 군데에 있었다. 마테라는 관광객이라는 순전히 구경꾼 입장에서는 밤이 너무 아름다운 장소였다.여행을 오면 야경을 볼 때 내가 여행을 왔구나 하고 실감하게 된다. 반짝반짝 조명이 켜진 풍광을 바라보면 일상이 아닌 특별한 순간 속에 내가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든다. 마치 영화나 연극 속의 인물이 된 것처럼 말이다.
모든 건물이 누런 돌로 만들어져 있는데다 따닥따닥 모조리 붙어있어 마치 모래로 쌓아올린 모래성처럼 보였던 광경이 밤의 조명이 켜지니 마을 전체가 하나의 언덕 위에 세워진 근사한 카스텔로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