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드디어..이태리에 살기 시작한 지 4년만에 로마를 간다.
두근두근...너무 설레어서 전날 혼자서 부산떨면서 아이들 먹일 간식이랑 이유식 챙기느라 12시가 넘어 잠들었는데도 7시도 안되어서 번쩍 눈이 뜨였다. 역시 역시 여행은 떠나기 전, 이 두근거리는 설레임 때문에 다니는 거다.
메모지에 하나하나 중비할 목록을 지워가며 짐을 쌌는데도 불구하고 아이 변기커버를 잊어버렸다. 로마에 도착하고나서야 생각이 났는데 어쩌겠는가. 그냥 이번 기회에 어른 변기에 적응을 하려무나.
지루해 할 아이들을 위해 포터블DVD에 뽀로로를 비롯 각종 비디오를 챙겨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0KM의 자동차 여행은 아이들에게 쉽지않고 피곤한 일이다. 아침 10시 경에 출발했지만 중간중간 답답해하는 아이들을 뛰놀게 휴게소에 들리느라 저녁 6시가 되어서야 로마에 도착했다. 계획은 저녁 야경을 보러 나가는 거지만 이미 우리는 너무 힘들었다. 아이들을 욕조에서 한바탕 놀게하고 저녁먹고 그냥 잠들었다.
일찍 챙긴다고 부지런 떨었지만 꼬맹이 두명 챙기는게 만만치 않다. 아침먹고 차에 올라타니 이미 9시 30분이다. 오늘은 바티칸 미술관을 방문하기로 여정을 짰다. 항상 사람이 많은 곳이지만 지금은 1월 아닌가. 겨울인데다가 이제야 10시인데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라고 생각했는데 광장에서 입구 들어가는 길이 이미 빼곡하게 줄이 있는게 아닌가. 직감적으로 오늘은 바티칸을 가는 것은 불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두번 잴 것도 없이 우리는 포로로마노로 방향을 틀었다.
바티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포로로마노 있는데 근처에 고만고만한 유적지들이 모여있다. 포로로마노, 콜로세움, 비토리오 엠마누엘2세 기념관, 캄피톨리오 광장 및 미술관....로마야 워낙 유명한 관광지인지라 정말 한국인들도 꽤 많이 보였고 특히 가족여행객들도 눈에 많이 보였다. 정말 이젠 유럽이 그닥 먼 나라는 아닌가보다.
콜로세움 역에서 내려서 포리 임페리알리 거리로 내려가면 직선대로 양 옆으로 포로로마노가 쫙~~~펼쳐진다.
솔직히 콜로세움은 베로나에서 이미 여러번 아레나를 봤기 때문에 그닥 감흥이 오지않았는데 포로로마노는 정말....머리가 딩딩딩 할만큼 놀라웠다. 우선 그 규모에 놀랐고 그런 건축물이 2천년전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냥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이 봐도 놀라울텐데 다행히도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있어서 더 피부로 와닿았다. 카이사르가 당장 눈 앞에 나타날 것 같았다.
아기들과 콜로세움을 들어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힘들것 같아 다음 언젠가 꼭 다시 와야지 다짐해본다.
아...이제 배고프다. 밥먹고 나서 움직이자!!!
칭얼거리는 아기들 데리고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 앞으로 가 주차장 옆에 있는 노점상에서 빠니니와 포카챠로 해결하기로 한다. 어차피 아이들과 여유로운 점심은 줄가능하니까.
대충 배를 채우고 자 트레비분수를 보러 가 보자.
로마는 일방통행도 많고 관광객도 많아서 차는 그냥 여기에 두기로 하고 걸어서 이동하기로 한다. 유모차에 도하와 윤하를 번갈아 앉히면서 퀴리날레 궁전을 거쳐 트레비 분수로 갔다.
우와....정말 여긴 사람이 엄청나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 사이에 유모차를 몰고 분수대 앞으로 가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다. 한참 칭얼거리던 둘째가 어느새 스르르 잠들어 있다. 그 틈에 얼른 남편에게 큰 애를 안게 하고 사진을 찍는다. 너는 기억을 못하겠지만 사진이 너의 기억을 대신해 줄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