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가을 방학동안 갑작스레 남편이 산마리노 공화국에 다녀오자고 운을 띄웠다. 요즘 지도 보는 재미에 빠진 막둥이는 이탈리아 안에 또 다른 국가가 바로 산마리노 공화국이라며 신나한다. 큰 애들 역시 숙제와 시험의 스트레스에서 좀 벗어나고 싶었던지 흔쾌히 승낙한다.
산마리노는 밀라노에서 남동쪽 해안가의 리미니 방향에 위치한 작은 독립국가이다. 아펜니노 산맥에 위치해 있어 공국에 가까워질 수록 경사가 있는 오름정도 높이로 올라가야 한다. 당연히 거주자와 숙박 투숙객에 한해서만 산마리노 안으로 들어가 주차를 할 수 있다. 사실 도착하는 데에만 3시간 30분이 걸리길래 이틀을 이곳에 묵는 것으로 예약했는데 하루면 충분한 정말 작은 마을이었다.
구불구불한 경사로를 타고 약간 올라오면 산 위에 마을이 있는데 주변이 담으로 둘러져있어 베르가모의 치타 알타가 연상된다. 30분이면 중심지를 다 둘러볼 수 있고 1시간이면 마을 전체를 다 둘러볼 수 있는 정도이다.
이 정도로 규모가 작은데 전세계인은 다 모인것 처럼 관광객이 넘쳤다. 마을 구경을 했다기 보다는 사람구경을 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하다.
이 작은 마을에 딱히 무엇이 볼 게 있을까 싶었지만 호텔 리셉션에서 준 여행안내서에는 빼곡하게 방문하면 좋을 장소가 표시되어 있었다. 물론 제주도 관광지처럼 별 볼일 없는 데가 대다수라는 것을 다음 날 방문한 뱀파이어 박물관을 통해 눈치를 챘다. 그렇지만 성벽 꼭대기까지 오르는 산책길은 추천할 만하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걷기가 좋고 올라가면 구불구불한 이탈리아 평범한 중부 지방이 한 눈에 들어온다.
기대보다 더 소박했던 산마리노 공화국이었다.
2022년 10월 말 가을
-이탈리아 산마리노공화국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