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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OSONO Sep 07. 2023

독야청청 내 맘대로 육아

아이가 세명입니다.

 이곳에서도 학부모모임 같은, 내 신상을 밝혀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이름을 말하고 가족소개를 하다보면 아이가 셋이라고 말하는 지점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면 자동반사처럼 " wow! ma che brava!" 

 한국말로 치면, 와우 셋을 키우세요? 대단하세요!. 이런 반응을 보인다. 물론 한국인 아니고 이곳에서 만나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반응이다. 유럽은 다둥이 가정이 많다고 하는데 밀라노는 예외인가보다. 아이 세명이라고 하면 대부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걸 보면. 이곳도 유럽이긴 하지만, 굉장히 탈유럽적인 면모가 있으니 그게 바로 출산율이다. 2022년 이탈리아는 1.27명을 낳는다고 한다. 이 수치가 이탈리아 전체의 수치니까 북부 이탈리아만 따로 놓고 본다면 아무래도 더 줄어들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들도 셋이나 낳은 동양여자를 보면 당연히 깜짝 놀라는건 당연한 일이겠다. 

 대화가 여기까지 진행되면 그 다음은 우리 부부를 보는 눈빛이 달라지곤 한다. 우리 부부를 정말 돈 꽤나 있는 부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여기서도 아이 셋을 낳아 기른다는 것은 왠만한 경제력이 없고서는 힘든가보다. 


 

한국에서야 말해 무엇하리. 짧았지만 2년동안 한국에서 사는 동안에도 참 많이 들었다. 아이 셋을 달고 있는 우리 부부를 보면 가는 곳마다 존경과 탄식의 복합적인 눈빛으로,

"이 시대의 진정한 애국자시네요"  혹은,

"이야 애가 셋이라구요? 요즘같은 시대에 정말 대단하신대요."

 이런 반응들. 

 정의 민족이자, 이웃사촌 말을 새겨듣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정말 우리 부부를 애처롭게 보는 눈빛이 대다수였다. 저런 반응 너머 말줄임표에는 요즘같은 시대에 애 셋 학원비는 어떻게 대고 대학은 언제 다 보낼까 싶은 우려가 있다는 걸, 나는 알았다.

 2년동안 한국에서 사는 동안, 나는 갈피를 못잡았다. 옆집아이는 무슨 학습지를 하는지, 같은 반 아들 친구는 무슨 학원을 다니고 있는 건지 늘 궁금해하고 늘 탐색했다. 첫째는 꼭 원어민 영어학원을 보내야할 것 같았고 둘째는 영어 유치원을 보내야만 할 것 같았다. 외벌이 남편 월금으로 아슬아슬하게 한 달 한 달 보냈던 시절이었다. 

 해외에서는 되려 남편과 둘이서 어찌어찌 잘 키웠는데 한국에 들어와서 1년이 지나니 당췌 어떻게 애를 키워야 하는건지 모르겠더랬다. 도대체 애들한테 뭘 어떤 걸 왜 시켜야 하는건지 알 수 없었다.  내 아이를 내 마음대로 키우는 게 쉽지 않았다. 정답없는 육아지만, 나 혼자 다른 길을 갈 자신은 없었나 보다. 그저 그렇게 남들처럼 키우는게 최선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뒤돌아 보면, 이 때가 나의 육아 방황기이자 사춘기였던 듯 하다. 


그랬던 찰나 남편의 해외발령은 가뭄 속 단비였다. 



 

 다시, 해외로 나오니 육아가 어느정도 단순해졌다.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았던 나의 육아는 단순해진 환경 덕에 다시 쉬워졌다. 학교만 보내도 나는 몸과 마음이 편안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자식의 공부잘함과 대학이 부모의 육아 성적의 바로미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나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지가 한국에서는 아이의 성적이 그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나 역시 그 지점에서 자유로워진게 아닐까.

  " 해외에서 남편이랑 둘이서 아이 셋 키우기 어렵지 않으세요?"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 독야청청 내 맘대로 키우니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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