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OSONO Sep 08. 2023

3월같은 9월

9월에 시작하는 새학년, 새학기

 길고 긴 여름 방학이 끝나고 9월이면 이곳의 학교들은 새학기가 시작된다. 3월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는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나는 9월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는 이곳의 사이클이 지금도 낯설다. 아이들의 학교는 이탈리아 로컬학교보다 개학이 빨라 9월 6일에 등교가 시작되었지만 보통의 이탈리아 학교는 9월 15일즈음에 시작한다. 그마저도 일부 학교는 오랜 여름방학의 휴유증으로 인한 적응기간을 두어 오전시간만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국제학교든 이탈리아 학교든 1,2주 차이 정도는 있지만, 대부분의 유럽 학교는 긴 여름방학을 보낸다. 대체적으로 따뜻한 남유럽일수록 여름방학이 길고 북유럽으로 갈수록 겨울방학이 긴 듯하다.



 한국에서 3월을 앞두고 신학기 무드가 조성되고, 책가방, 학용품 광고가 난무하는 것처럼 여기도 8월 말부터는 tv광고는 물론,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에서 새학기 프로모션이 가득하다. 내가 자주가는 에셀룽가라는 슈퍼를 보면 매해 이 시기가 되면 한 코너가 새학기 학용품과 책가방, 보조가방 등으로 채워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재미있게도 학용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기인데 굳이 세일을 해서 할인가로 판매를 한다. 매대에 진열되어 있는 품목들도 매해 별로 바뀌는게 없어서 미리 준비할수도 있겠지만, 개학을 앞둔 이 시기에 세일을 하니 다들 이때 필요한 학용품을 준비하는 것이다.

새학기 광고들

 이런 학용품을 가만히 구경해보면, 또 이들의 학교생활이 유추되기도 한다. 학용품마저 유행의 손길이 닿아있는 한국과 달리 어찌보면 지루하게 여겨질 만큼 볼품없다. 이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사용되는 펜, 연필, 색연필등이 다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에서처럼 화려하고 다양한 기능의 학용품이 별로 없다. 물론 요즘은 예전보다 제법 다양해지긴 했지만.

 다른 하나는 아이들이 매고 다니는 책가방이다. 처음 밀라노에 왔을 때 동네 아이들이 하나같이 캐리어같은 가방을 끌고 다니는 걸 보고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이곳의 아이들은 보통 초등학생부터 제법 큰 책가방을 매는데 가방하단에 바퀴가 달린 트롤리 형태의 가방을 많이 들고 다닌다. 이탈리아 로컬학교는 보통 4시까지 수업이 있는데 각종 준비물이나 노트, 체육복 등 다 들고 다녀야 해서 끌고다니는 가방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2014년 남편의 두번째 주재발령으로 이곳에서 살기 시작해서 어느덧 1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고 있다. 한국에서 10년은 아마 그대로인것을 찾는 것이 어려울정도일텐데 이곳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많지 않다. 그마저도 코로나 덕에 배달문화가 정착하고, 온라인 쇼핑문화가 자리잡았다고나 할까. 과거와 달리IT화 도시화로 많이 변화했다고 하지만 이들의 1년의 사이클은 변화가 없다. 여름 바캉스와 겨울 크리스마스를 위해 1년을 일하고 9월 중순에 학교와 회사가 시작되고, 아침에는 카푸치노와 브리오슈를 먹고 오후에는 아페르티보를 하고...이런 루틴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어디를 가든 이탈리아에서는 아직까지는 변함이 없다.

 모르겠다. 앞으로의 10년 후에는 이곳 사람들의 삶은 어떨지. 지금과 달라질지 아니면 지금처럼 큰 변화없는 삶의 루틴을 지낼지...

매거진의 이전글 독야청청 내 맘대로 육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