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나깨나 가방조심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밀라노로 이사오고 얼마 안되어 온 가족이 아이들 옷을 살 겸 토요일 오후 두오모로 나갔었다. 그 때에 막내는 3살이 안되어서 유모차를 태워야했고 가지고 다니는 짐이 많았다. 두오모 옆 아케이드에 옷가게가 즐비한데 Gap에 들어갔다. 남편은 지하 남자 옷을 보러 내려가고 나는 아이들 옷을 보려고 위층에 올라갔다. 한참 옷을 고르고 계산대에 계산하려고 보니 유모차 손잡이에 걸어둔 내 가방이 없는게 아닌가. 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머릿 속은 새하얘지고……
유모차를 샅샅이 뒤져도 당연히 가방은 나올 리 없고...
나중에 남편이 가게 cctv를 보고서 어떤 젊은 여자 3명이 내 유모차에서 가방을 들고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당연히 그 소매치기범들은 잡혔는지 어땠는지 알 수는 없었다. 하필 가방속에 집 열쇠며, 지갑에 핸드폰까지 있어 타격이 굉장히 컸다. 지금도 가끔 이 기억을 떠올리면 그 때 가방 속에 있던 신분증과 열쇠를 잃어버려 한참동안 애먹고 고생했던 터라 단전에서 화가 올라오곤 한다.
네이버나 다음 뉴스 포탈을 보는 것처럼, 가끔 이 곳 뉴스포털을 보다보면 종종 소매치기 관련 기사를 볼 수 있다. 최근에 기억나는 기사는 F1레이서가 시계를 소매치기당한 사건이다. 지난 주 9월 2일 몬자에서 F1그랑프리 경기가 끝난 후, 밀라노 몬테나폴레오네 거리에서 발생했다. Carlos Sainz 라는 F1 레이서가 차고 있는 60만유로 가량의 리처드 밀러 명품시계를 세 명의 소매치기범이 강탈하고 달아났다. 레이서는 동행하고 있던 매니저와 같이 곧장 이들을 추격했는데 다행이 멀리가지 않아 붙잡았다고 한다. 곧장 이들은 경찰서로 연행되었고 조사결과 소매치기범들은 18,19,20세의 노숙자 모로코인으로 불법이민자들로 밝혀졌다.
워낙 많은 소매치기 사건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렇게 억대의 명품을 강탈당하는 경우 신문 헤드라인 뉴스로 보도되기도 한다. 이런 사건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인스타그램등의 sns에 소매치기범들의 신상을 올리고 이들을 조심하라는 경고성 포스트를 올리는 계정도 존재한다.
굳이 신문기사를 찾지않더라도 나처럼 가방이나 지갑을 도둑맞는 경우는 주변에 비일비재하다. 내 이탈리아어 학원 선생님은 동네 슈퍼마켓에서 장을 다 버고 주차장에서 카트에서 물건을 정리하건 중에 가방을 도둑맞았고, 또 다른 한국인은 베네치아 여행중에 길가에서 어깨에 매고 있던 가방을 뺏길뻔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쯤이면 이곳은 그야말로 소매치기 파라다이스이다.
당연히 두오모같이 관광객이 끊이지않는 장소나 지하철같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이런 소매치기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엄밀히 말하면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시계사건처럼 대부분 북아프리카 등지의 불법 이민자들이 소매치기범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단순 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강탈하다가 폭행까지 이어지는 사건들이 증가하고 있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이탈리아에서만 일어나는게 아니라 스페인이나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범죄자들의 대부분이 불법이민자이다 보니 결국 유럽에서는 난민문제에 대해 제고하는 데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보복여행 등으로 유럽 여행객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바가지물가니 역대급 더위니 여행의 악재라 할 수 있는게 많이 들린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여행 중에 소매치기를 당하면 그것만큼 최악의 악재는 없을 것이다.
오랜만의 설레이던 여행 중에 이런 불운이 일어나면 여행의 즐거움은 악몽으로 바뀔테니 말이다. 그러니 만일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아니 유럽에서 아무리 오래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딜가든 항상 가방조심하자.
자나깨나 불조심 말고 가방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