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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OSONO Sep 11. 2023

어쩌다, 유럽

엄마가 생각나는 도시 베로나

 베로나는 이름부터 로맨틱스럽다. 변치않는 영원한 사랑을 대표하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가 있는 casa di Giulietta-쥴리엣의 집이 워낙 유명하니 로맨스의 도시가 연상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겠다.

 베로나가 유명한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베로나 아레나에서 열리는 오페라이다. 아레나에서 울려퍼지는 사랑의 아리아라니 황홀할만 하다.


 둘째를 낳고 엄마가 첫째 때와 마찬가지로 내 몸조리를 해 주시러 이태리로 오셨다. 세탁소를 하고 계신 터라 오랫동안 비울 수 없었지만, 이국 땅에서 아무 도움없이 두 아이를 봐야하는 딸이 안쓰러워 선뜻 와 주셨다. 삼 주의 시간이 흐르고 한국으로 돌아가실 때가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내내 딸 뒷바라지 하느라 집에만 계셨던 엄마를 그냥 한국으로 보내드리는게 너무 마음에 걸렸다. 그렇지만 갓난아이와 첫째를 데리고 멀리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생각끝에 남편이 데리고 간 곳이 바로 이 곳 베로나였다.


 눈 앞에 바로 보인 거대한 아레나하며 바로 이러진 카페 즐비한 광장을 보시고는 감탄하시던 엄마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당신이 이탈리아에 온 게 이제야 실감나신다던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로마에나 가야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아레나를 보셔서 기쁘셨단다. 그리고 줄리엣의 집을 보시면서 당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확인하는 기분이라던 엄마의 설레임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베로나에 갈 때마다 유모차 끄시면서 골목을 두리번거리시며 구경하시던 엄마가 생각난다. 거창하게 오페라를 본 것도 아니고 그저 광장 주변을 둘러 보았을 뿐인데도 즐거워하셨던 엄마.


어떤 장소는 일반적인 의미와는 다른 의미로 기억이 된다. 나에게는 베로나가 그렇다. 흔히들 말하는 예술과 사랑의 도시가 아닌 나에게 베로나는 엄마의 기억이 남아있다. 로마, 피렌체처럼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아는 도시가 아니었던 베로나를 보시고 나서 그렇게 동네분들에게 자랑하셨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특별한 도시를 다녀왔다고…

 벌써 10년이 훨씬 지났다. 엄마가 겨우 베로나 하나 보고 한국으로 돌아가신지. 금방 다시 모셔와서 관광해야지 했는데 시간이 이렇게 가버렸다. 더 흘러가기 전에 엄마 모시고 한번 더 베로나를 가 봐야겠다.

이젠 완전 할머니인데 사진 속 엄마는 너무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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