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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OSONO Aug 21. 2023

어쩌다, 아프리카

미지의 영역-모스크를 방문하고 난 후

 텅 빈 공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세 개의 피라미드는 굉장히 쓸쓸한 느낌이었다. 주위는 온통 사막뿐 건물 한채 없는 그 곳은 처음에는 경외감을 느꼈지만, 돌아가는 길에 다시 한번 더 보았을 때에는 알 수 없는 쓸쓸한 기운이 올라왔다. 결국 그곳은 죽은 자들만 남아있던 공간이 아닌가. 살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 죽은 자를 위한 공간을 피라미드의 형태로 만든 것일까.



 

다음 날, 뭔가 특별한 곳을 가고 싶었다. 피라미드도 보았고, 나일 강도 보았고, 이집트 박물관도 다녀왔으니 카이로에서 다녀가봐야 하는 곳은 다 끝낸 기분이었다. 밍기적대며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자니 너무 아깝다. 기사 아저씨에게 추천해 줄 곳이 없나 물어보았더니,


" 두 유 노우 모스크?"

유럽을 여행할 때면 매번 빠지지 않고 가는 곳은 바로 두오모나 카테드랄이다. 유럽 도시 어느 곳에서나 관광 주요 포인트이기도 하고 그 자체가 도시를 대표하는 유명한 건축물이기때문이다. 종교가 역사적으로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을 알면서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에서 모스크를 가 볼 생각은 전혀 못한건지. 이 또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이슬람인들은 하루 다섯번식 기도를 해야하고 일주일에 한번, 금요일에는 모스크에 가서 기도를 해야 하는게 규율이라고 한다. 그래서 크고 작은 모스크가 카이로 도시 안에도 수십개가 넘게 있었다. 호텔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모하메드 알리 모스크를 갔다. 나중에 따로 찾아봐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모스크가 카이로에서는 제일 유명한 모스크라고 한다. 카이로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해 있어 조금만 올라가면 카이로 시내 전경이 다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해있는데 경비가 꽤 삼엄했다. 모스크의 규모도 엄청난데 이 큰 규모를 꽉 채울 정도로 신도들이 가득찬다고 상상하니 이슬람교가 왜 3대 종교라고 불리우는지 알 것도 같았다.

 모스크의 규모도 놀라웠지만 장식물의 정교함도 놀라웠다. 그리고 모스크의 둥근 천정이나 아치형 기둥의 예전 스페인 남부쪽에서 봤던 궁전이나 세비야 대성당이 연상되기도 했다. 이런 형태의 건축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스페인 남부를 비롯한 유럽의 남부, 아프리카 북부에 이르기까지 이슬람문화가 유럽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어렴풋이 추측해본다. 

 모스크 안을 성큼 들어서려는데 기사 아저씨가 성급하게 나를 불러세운다.


 " 노 노노! 유 니드 투 웨어 썸씽"

 이러면서 어디서 빌려왔는지 모를 긴 천을 가지고 와서 머리부터 민소매 입은 내 팔을 다 감싸야 한단다. 그리고 신발을 신고 들어갈 수 없다며 모두 신발을 벗으라고 한다. 이슬람 사원을 들어갈 때 여자는 맨 살을 드러내면 안되는데 모스크를 처음 방문하는 나는 전혀 몰랐더랬다.하마터면 종교모독으로 눈살찌푸리는 민폐아시아인이 될 뻔했다. 사원 내부를 들어서자, 내부에는 의자도 없고 바닥이 카펫? 같은 것이 깔려져 있을 뿐이다. 시야를 천정으로 돌려보자 커다란 조명들이 천정을 가득 채우고 있다. 두오모나 카테드랄에서 볼 수 있는 제단이나 십자가상 같은 종교상징물은 없는게 흥미로웠다.

모스크 내부(좌) 카이로 성채에서 내려다 본 카이로 시내 전경(우)


 모스크는 유럽의 두오모에만 익숙한 나의 종교건축물에 대한 관념이랄까 생각을 버려야한다고 느꼈을만큼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슬람에 대해 내가 얼마나 아는 게 없는지에 대한 반성도 하게 된 그런 여행이었다. 

 그날 저녁 나일강의 크루즈 디너를 먹고 우리들의 짧은 카이로 여행은 끝냈다. 다음 날 우리가 공항에 갈 떄까지 기사아저씨는 우리를 살뜰하게 챙겨주셨다. 기사 아저씨의 친절과 호의는 이슬람 세계에 대한 막연한 낯섬과 불편한 감정을 씻겨 나가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이슬람인들을 다르게 판단했던 내가 역설적이게도 비문화인이고 미개인이었던 것임을 깨달았다.

 익숙한 장소의 여행은 편안함을 주지만, 감흥은 사실 별로 없다. 그러나 카이로여행처럼 낯선 지역의 여행은 내가 아직도 무지몽매하며 알아야하고 배워야 하는게 얼마나 많은지, 배움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이 여행이후 남편과 나는 이슬람, 중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여행은 이렇게 내 시야를 넓히게 해주는 장치이기도 한 것같다.


-2018년 4월 부활절 연휴 카이로를 다녀온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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