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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OSONO Aug 18. 2023

어쩌다 아프리카

어쩌면 외계인이 진짜 있을지도-피라미드를 보고 난 후

 기사 아저씨께서 호텔 로비까지 마중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건널목 하나 없고 차선 하나 제대로 그려져있지 않은 도로가 생각나서 불안한 마음이지만 냉큼 차 안으로 들어가 앉는다. 잠시 밖에 나와 있는 순간에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덥다. 아이들도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빨라서 기사아저씨 차에 빨리 타자고 아우성이다.

 

 멀끔한 차림의 기사 아저씨는 능숙하지는 않지만 짧은 영어를 구사할  있어 소통하는 데에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 아이들 또래를 키우고 있어 아이들에게도 살갑게 하시는 모습에 금세 마음이 풀어졌다.

“웨얼 두 유 원투 고?”

 우리는 미리 점찍어  이집트 국립박물관과 기자의 피라미드를 가자고 말했다. 박물관은 호텔에서 불과 5분 거리 밖에 되지 않았는데  5분 동안 마치 범퍼카를 타는  마냥 여기저기서 차가 튀어나와 차에서 내릴 때에는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이었다.

 차에서 내리니 숨이  막힐 정도로 덥다. 그새 지친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을 들어가 문을 열자마자 어마어마한 거대한 스핑크스 석상들이 좌우로 마중 나와 있는 형국이다. 중구난방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유적과 유물이 마치 시장 가판대에서 파는 물건들처럼 널려있다. 너무 많은 유물이 순서 없이 널브러져 있어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가깝게 볼 수 있어 생생한 느낌도 강하게 들었다. 봐도 봐도 끝없이 나오는 유물의 양에 나중에는 눈이 피로할 지경이었다.

 이쯤 되니 내가 배운 세계사는 그저 유럽사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가 이슬람문화에 대해서 고대문명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다. 기원전 수천 년 전의 고대문명을 이 정도로 발전시켰다는 데에 경외감마저 들었다. 동시에 이 정도의 유적을 만들어낼 정도의 문명에 대해 지식이 없어 아이들에게 설명해주지 못하는 게 부끄러웠다.  

피라미드의 스핑크스 석상들


 발에 치일 만큼의 유적을 보고 나니 피라미드의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대충 가볍게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스핑크스를 보러 기자로 향했다. 30분쯤 달렸을까. 사방이 갑자기 온통 사막이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니  멀리 꼭짓점이 보인다. 천지가 황톳빛이라 멀리서 스핑크스의 규모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스핑크스 가까이 도달해 보니  규모에 외계인이 정말 존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  규모의 건축물을  황폐한 땅에 굳이 지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세 개의 피라미드 중 가장 큰 대피라미드-쿠푸 피라미드를 먼저 보러 갔다. 멀리서 보았을 때보다 되려 가까이서 보니 여기저기 황폐해진 모습에 실망스럽다. 함부로 사람들이 지정되지 않은 곳으로 오르내려도 저지하는 사람도 없다. 세계 불가사의로 불리는 스핑크스가 이렇게 방치 아닌 방치가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게다가 낙타 태우고 사진 찍어주는 호객꾼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관광객에게 바가지요금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니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이곳에 오기 전 이태리 토리노에 있는 이집트박물관을 아이들과 다녀왔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우리는 유적, 유물 이집트 반환 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마주했다. 그 당시에는 그들의 반환요청시위가 응당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구난방으로 그저 한 장소에 모아 둔 것에 의미를 둔 이집트 박물관을 보니, 유적 하나하나 설명과 보호라인안에 제대로 놓여진 토리노 이집트박물관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렇게 방치되는 유물과 유적 주위의 지나친 호객행위를 직접 겪으니 유적, 유물의 본국 반환이 꼭 해결책이 안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평소에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을 마주했을 때에 다르게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이집트 여행의 이런 유적들이 관리가 안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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