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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OSONO Aug 16. 2023

어쩌다 아프리카

피라미드 보러가자-이집트

  불현듯 이집트에 주재원으로 계신 부장님이자 내 학교 선배가 떠올랐다. 남편에게 넌지시,

" 선배는 이집트에서 잘 지내신대? 거긴 아무래도 일하시기가 편하지는 않으실테지?"

 " 어...그러고보니 자기가 그 선배 학교 후배구나.. 얼마전에도 통화했는데 그래도 잘 지내시는 것 같던데..워낙 중동에서 잔뼈가 굵으시니까"

....

" 선배 있을 때 우리 이집트나 가볼까?


무심코 툭 던진 내 말에 남편도 마음이 동했는지 바로 선배에게 전화해본다. 며칠 뒤면 부활절 연휴인데다 딱히 특별한 계획은 없었기에 남편도 내 제안에 구미가 당겼나보다. 가끔은 익숙한 편함보다는 낯선 이색스러움을 찾는 걸 좋아하는데 다행히 남편도 나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현지 법인장선배는 가이드없이 아이 셋을 데리고 안전하게 여행을 다니기는 무리라며 그래도 본인이 있으니까 걱정말고 오라고 한다. 염치없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아프리카 땅을 밟아볼  있을까 싶은 마음에 냉큼 대답하고 비행기와 숙소 티켓을 일사천리로 예약을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생애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가게 되었다.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서 이집트 카이로까지는 다행히 직항이 있는데 4시간 정도 걸렸다. 오후 늦게 카이로 공항에 도착했는데 입국장 문을 들어섬과 동시에 낯선 글씨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혀 알 수 없는 글씨로 적힌 표지판을 보니 비로소 내가 정말 낯선 곳에 와 있음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이 낯섬에 아이들을 잡은 양 손에 갑자기 힘이 들어간다. 여권에 비자 스탬프를 찍고 -물론 돈을 지불해야 함- 공항 밖으로 나오니 여기저기 택시기사들이 들러붙는다. 잠깐 고민하던 찰나, 저쪽에서 갑자기 어떤 키 큰 아저씨가 성큼성큼오더니.

" 아 유 미스터 황?"

알고보니 선배의 운전기사였다. 감사하게도 기사 아저씨가 우리 가족을 픽업하러 나와 우리는  혼돈 속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있었다. 공항에서 어느 정도 나오자 카이로 시내에 가까워져 가는지 도로에 차가 어마어마하다. 도로  옆으로 세워진 건물들이 온통 황톳빛깔인데다 자동차들이 매연을 마구 뿜어내 도시 전체가 먼지로 뒤덮혀 있는  같다. 짓다  듯한 건물 속에 온갖 상점이 들어서 있고, 도로에 건널목 하나 없는 모습이 낯설었다. .. 이구나. 저절로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단순히 사막과 피라미드, 나일 강을 보러 간다는 설레임만 있었는데 길거리의 모습이 너무 허름하니 당혹스럽기도 했다. 마치 흑백사진 속 70년대 한국같다. 동시에 남편과 내가 과연 아이들을 데리고 제대로 여행을   있을까 걱정스럽기 시작했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 선배가 기다리고 있는 나일 강가에 있는 카페로 기사 아저씨가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선배는 몇 년 전과 달라진 모습없이 그대로이다. 본사에서 팀장으로 있을 때보다 오히려 여유로워 보이는 안색에 남편이 농담을 던진다.

" 법인장님은 얼굴이 더 좋아지셨습니다~ "

 선배도 그 소리가 듣기가 싫지는 않으신지 껄껄거리시더니

"그래도 내가 의사결정자잖아 여기서는" 이렇게 응수한다.

 주재원이라는 같은 처지에  사람은 금세 이런저런 대화에 깊이 빠지는 듯하다. 그제서야 나도 주변을 둘러본다. 도로위의 무법천지와는 다르게 이곳은  유럽의 여느카페와 다를  없다. 단지 입장할  예약자들만 가능한지 일일이 신분확인을 한다. 이곳저곳에서 물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눈에 익숙치가 않다. 나일강가를 마주보고 있는 카페 한쪽에는 라이브 연주밴드까지 있어 딱 미사리카페같다.    앞에 조용히 흐르는 강이 고대문명의 그 원류라는 나일강이라고 아이들에게 말해주지만, 내 눈에도 그저그런 평범한 강일뿐이다.

 

4대 문명이고 뭐고 서울의 한강과 별 다를 게 없다며 집으로 가자고 아이들이 징징대기 시작한다. 장시간 비행과 밀라노와 다른 풍광 때문인지 아이들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선배는 다음 날부터 중동국가 출장이라며 기사 아저씨에게 우리 가이드를 해주라고 말해 주신다. 이렇게 감사할데가. 첫 날이니 이제 그만 호텔로 들어가기로 하고 선배와 헤어졌다.

호텔에서 내려다 본 나일강의 모습(좌) 해질녘의 나일강(우)

 호텔은 이곳이 이집트가 아닌 유럽 여느 지역인  처럼 현대적이었다. 40도에 육박하는 바깥세상과 달리 23도에 맞춰진 실내는 쾌적했다. 다음  일어나 창밖을 내다 보니 밖은 여전히 황사경보라도 내려진 서울 모습처럼 온통 뿌옇게 필터가 덮여있는 듯했다. 사막의 나라라는 게 실감이 났다.

 오늘은 이집트 박물관과 기자의 피라미드를 보러 가기로 했다. 얼른 아침 챙겨먹고 출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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