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고 착각하지 말자
첫 글을 2023년 6월 16일에 올리고 어제까지 49편의 글을 브런치에 올렸다. 이 글이 50번째 글이 된다. 약 석달동안 50여편의 글을 쓰고 올렸으니 이틀에 한번 꼴로 부지런하게 쓴 셈이다.
사실 나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안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소소한 일상이나 내가 생각하는 짧막한 글을 사진과 올리기는 게 전부였다. 인스타그램은 짧지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문구와 뭔가 있어보이는 찰나의 사진이 주가 되는 매체라 구구절절 읊조리기 좋아하는 나에게는 항상 뭔가 아쉬움이 남는 채널이었다. 거기다 인스타그램 속 타인의 일상은 온통 여유롭고, 풍요로운 모습뿐이어서 언제부턴가 내 일상을 그 속에 드러내는게 쉽지가 않았다.
그러던 찰나 이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아무나 회원가입하고 계정을 만들어 글을 쓰는게 아니라 나름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하는 플랫폼이라니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글을 쓴다는 것. 단순히 짧은 몇 마디의 단어 나열이나 사진이 아닌, 기승전결이 있는 하나의 주제가 담긴 글을 쓴다는 것은 작가의 속내를 더 진솔하고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브런치의 이런 폐쇄성이 그저 겉이 번지르르한 허구의 말을 나열하는 글보다는 진솔하면서 깊이있는 글을 쓰게 만드는 동력이 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일면식없는 사람들이 순전히 내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줄 때마다 내가 쓴 글이 인정받는 것 같아 정말 이러다 작가가 되는건 아닌가 그런 상상도 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오늘 아침 10분동안 올라온 브런치의 최신글을 보고 나니 내가 선택받은 작가라는 기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딱 10분 동안에도 이렇게 많은 글이 올라온다. 일일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내 글을 읽어보게 되는 경위도 최신 글에서 읽었을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누가 더이상 글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했는가. 브런치라는 이 공간에만 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글이 씌여지고 있는데.. 이쯤되면, 전국민이 브런치 작가가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든다.
전국노래자랑도 아닌데 무슨 전국백일장 대회에 글을 투고한 기분이다. 이런 와중에 고작 열 개 남짓의 좋아요에 작가라는 착각에 빠져있었다니…마음이 심하게 고동치고 이깟 짓을 왜 했나 싶다.
괜히 분한 마음마저 들어 흥분을 가라앉히려 인터넷 월드를 유영해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신간을 냈고 팝업스토어를 한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6년만에 신작이라고 한다. 참 부지런히도 쓴다 싶다. 순간, 일렁거리던 내 마음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렇고, 김영하 작가나 김은희 작가도 그렇고 이미 많은 글을 쓰고 책을 내서 작가라는 타이틀이 당연한 그들을 보니 내가 고작 50여편의 짧은 글들을 써놓고 내 글을 읽어주지않는다고 징징거리는게 당연한건가 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그렇다. 글을 꾸준히 쓰는 행위를 고작 3개월 남짓하고 작가라고 생각하는건 정말 우스운 일이다. 물론 나 스스로를 작가지망생 내지는 작가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제 3자가 작가라고 불러주기에는 부끄러운 상황이다.
그리고 애초에 글을 쓰기 시작한 데에는 내 마음의 위안을 위함이 제 일순위 아니었던가.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니 조회수에 눈 멀었던 내 탐욕의 기운이 흐물흐물 가라앉는다. 찰나였지만 염세주의 사고에 그만 절필할 뻔했다.
물론, 그렇다고 누군가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면 다시 기분이 좋아질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아마도 나는 계속 이런저런 글을 끄적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