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그림씨 May 13. 2023

우린 그 봄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잊어버린 게 아닐까

-그 가장자리, 토끼풀, 클로버가 지천이다.

토끼풀. 아이랑 놀이터에서 그네도 태우고, 시소도 태운다. 점점 아이들이 많아지니 녀석은 놀이터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것 같더니 그 가장자리, 토끼풀, 클로버가 지천이다.


신화 속 꿀벌은 없고, 녀석이 꿀벌인 듯 웡웡-날아다니며 토끼풀을 뜯는다. 내가 어릴 때는 토끼들이 잘 먹어서 토끼풀이라고 들었는데, 나중에 들은 것은 이 풀에 독이 있어 토끼에게 줘선 안된다고 했다. 내 유년의 풀꽃반지를 엮었던 것처럼, 녀석의 손가락에 꽃반지를, 팔목에 꽃팔찌를 만든다. 세대가 묶일 수 있는 게 어쩌면 그 추억의 동심원을 한데 가져가는 것일 수 있다.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고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라며 행운을 위해, 행복을 짓밟지 말란 말도 아이에게 해주었으나, 그 잎 개수에 꽃말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풀꽃을 뜯어내며 너와 함께한 묶어낸 지금이 행복이지 않겠는가 생각하면서.


잎 개수에 따라 꽃말을 엮어낸 이의 심정을 헤아리며, 토끼풀 옆에 듬성듬성 핀 노란 민들레에 또 #민들레꽃처럼 노래도 나지막이 흥얼흥얼 대본다.



민들레꽃처럼 살아야 한다.

내 가슴에 새긴 불타는 투혼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데도

민들레처럼

모질고 모진 이 생존의 땅에

내가 가야 할 저 투쟁의 길에

온몸 부딪히며 살아야 한다.

민들레처럼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

아­~ 민들레 뜨거운 가슴

수천수백의 꽃씨가 되어

아­~ 해방의 봄을 부른다

민들레의 투혼으로




풀꽃팔찌를 묶으며, 우린 그 봄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잊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투혼은 무슨... 만날 거리의 민주를 허공에 돌팔매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작가의 이전글 단, 0.00000000000001초도 똑같지 않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