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터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1996)

by 도도히

‘깊은 상처엔 사랑만이 답이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강추하는 도서 중 하나다. 읽을 때마다 뭉클한 감동을 받는다. 순수한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체득하며 모든 생명을 끌어안는 체로키 인디언들의 삶에 숙연해진다. 작가가 조부모와 ‘동부 체로키 산 속에서 살았던 추억’을 바탕으로 하였다. 저자는 체로키 인디언 혈통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들의 역사, 교육, 자연환경, 인간관계 등을 나타내고자 한다.

작품 속 할머니는 ‘순수 체로키였던 작가의 고조모와 어머니 모습이 합쳐진’캐릭터다. 그는 어린 시절에 ‘어린 싹’또는 ‘작은 나무’로 불렸다. 오랜 세월동안 구전되어 온 체로키 풍습과 체로키의 슬픈 역사에 이르기까지, 할아버지를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이런 이야기들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 할 수 있이며, ‘내 이름은 작은 나무’, ‘자연의 이치’, ‘빨간 여우 슬리키’, ‘당신을 사랑해 <보니 비>, ……’ 등 21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장부터 유년시절의 슬픈 추억이 펼쳐진다. 순수하고 자애로운 조부모님의 사랑이 풍부한 어휘력과 탁월한 묘사로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산 빛, 나무, 새, 바람 소리 등 주변 풍경을 시적 비유와 묘사로 아름답게 표현한다. 체로키의 순박하고 진실한 사람살이가 찡한 감동을 주며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작은 나무는 아빠를 잃은 지 일 년 만에 엄마마저 잃고, 고아가 된다. 다섯 살 고아는 체로키 인디언인 조부모와 함께 살아간다. 체로키 인디언인 할머니와 체로키 혼혈인 할아버지는 속정이 깊고 한없이 인자하신 분들이다. 그들은 작은 나무를 돌보며 많은 가르침을 몸소 보여준다.


그들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으며, 원시 자연 속에서 오묘한 삶의 이치를 깨달아가며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간다. 산에 나는 것들을 필요한 만큼만 채취하며 욕심 없이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


백인들에게 내몰리고, 탄압을 당하면서도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삶의 터전에서 체로키 방식으로 살고자한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깊은 사랑

처음 작은 나무가 이곳에 왔을 때, 할머니가 불러 주는 자장가는 압권이었다. 엄마를 잃고, 슬퍼할 새도 없이 당도한 낯선 곳, 아이의 기분은 어땠을까.


‘히코리 나무와 사슴 가죽으로 만든 침대에 누우니, 엄마 생각이 나고, 창문 밖, 개울가 나무들이 귀신처럼 보이고 두려움이 몰려왔다’고 했다. 그때까지 곁에서 기다리고 있던 할머니가 작은 나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소리로 노래를 불러준다. 노랫말이 정겹고 아름답다. 어린 손자에 대한 깊고 따스한 감정이 전해진다. 그래서 작은 나무는 낯설고 두려웠던 밤을 울지 않고 잠들 수 있었다. 따뜻한 분위기인데 가슴이 저려왔다.


할아버지는 무뚝뚝한 산사나이 같지만 참으로 슬기롭고 따뜻한 분이다.

작은 나무를 데리고 산으로, 시장으로 다니면서 그때마다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훈육을 하셨다.

‘첫 거래’에 대한 일화다. 작은 나무는 장터에서 송아지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할아버지는 송아지가 심각한 병에 걸린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작은 나무는 전 재산을 주고 송아지를 산다. 송아지는 하루를 못 버티고 죽는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직접 경험하고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나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도록 할아버지는 어린 그의 생각을 존중해 주었다.


마음을 크고 튼튼하게 가꾸는 것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이라고 한다. 좋은 것들은 이웃과 함께 나누라며 지나치는 길손에게 가족처럼 성심껏 환대한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그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니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고 한다.


정직하고, 절약하며, 최선을 다하라고 가르친다. 말로만이 아니라 몸소 실천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인간적인 따뜻함이 작품 전편에 깔려있다. 깊은 산 속, 가진 것 없이 살지만 그들의 삶이 아름답고 숭고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독자에게 잔잔한 깨달음을 주고 따뜻한 마음을 품게 하는 이유다.


고아원으로 떠나가는 작은 나무와 가족의 슬픔

보호자가 연로하고 문명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당국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이를 양육하기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린다. 그리고 작은 나무를 보육시설로 보낼 것을 통지한다.

작은 나무는 보육원으로 가야만 했다. 집을 떠나기 전날 밤이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울지 않았던 작은 나무는 처음으로 울었다. 조부모 곁을 떠난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알아채지 못하게 담요를 입안에 쑤셔 넣고 우는 장면이 너무나 가슴 아팠다. 어쨋든 정든 사람들과 헤어진다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침대에 들었을 때, 나는 엄마가 죽고 난 후 처음으로 울었다.

하지만 담요를 입안에 쑤셔 넣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했다.”


작은 나무를 낯선 곳으로 보내기 싫은 건 두 분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할머니가 말한다. 서로 헤어져 ‘먼 곳’에 있더라도 ‘같은 시간’대에 ‘늑대별’을 바라보면 세 사람은 함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좋았던 추억들’이 떠오르고 다시 만날 때까지 견딜 수 있는 힘이 된다.


“ 작은 나무야, 늑대별(일명 시리우스, 겨울 하늘에 가장 밝게 빛나는 항성) 알지?

저녁에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보이는 별 말이야.

어디에 있든지 간에 저녁 어둠이 깔릴 무렵이면 꼭 그 별을 쳐다보도록 해라.

할아버지와 나도 그 별을 볼 테니까. 잊어버리지 마라.”


할아버지, 할머니의 죽음과 그들이 남긴 것들

그들은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자연에서 전통적인 체로키 방식으로 살다 죽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체로키들은 정부의 강제 이주정책으로 고향을 떠났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작은 나무도 그곳을 떠나갔다. 그러나 어디에 살더라도 이곳을 잊지 못할 것이다.


‘새벽 산이 잠을 깨는 모습, 나뭇가지가 옷소매를 붙잡고 말을 건다거나,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가는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비밀 장소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들…… ’ 원시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지는 깊은 산속, 작은 나무의 휘파람 소리가 들려올 것만같다.


어떠한 보답도 바라지 않고 친절을 베풀며 순박하게 살던 모습, 사람과 모든 생물들을 있는 그대로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욕심 없이 사는 모습, 말보다 더 깊은 침묵과 행동으로 전해오는 메시지, 독자들은 이러한 그들의 생활 방식에 깊이 젖어든다. 쉽게 책장을 넘기며 지나칠 수 없다.


책을 덮고, 한 템포 호흡을 늦추며 읽는다. 어떤 부분에선 도돌이표인양 반복해서 읽고 한참을 머뭇거린다. 인간의 진실한 감정은 이렇게 힘이 세다.


노랫말 속에 담긴 체로키 눈물의 여로

이 책을 읽고 나서 ‘인디언 보호구역Indian Reservation’을 들으니 경쾌하던 멜로디가 구슬프게 느껴진다. 노랫말에 담긴 내용이 새삼 억울하고 아프다.

“그들은 체로키 나라 전부를 가로챘지. 우리를 이 보호구역에 모아놓고, 우리 삶을 빼앗아갔지.”

“우리는 아직 인디언이라네. 체로키 사람들, 체로키 부족 자랑스럽게 살고, 자랑스럽게 죽네.

언젠가 그들이 깨달을 때가 되면 체로키 나라가 부활하게 되리라.”


고향에서 쫓겨나 강제 보호구역에 갇혀 살지만, 언젠가 다시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가 살겠다는 것이다. 주권을 박탈당하고 언어와 전통문화를 빼앗기지만 끝까지 민족정체성을 지키고 부활하겠다는 내용이 불현듯 우리 민족의 과거사를 떠올린다.

‘놀라운 주의 은혜 Amaging Grace’라는 노래도 강제 이주정책으로 희생된 수천 명의 체로키 영혼과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불려졌다. 세월이 흐른 후 정부는 자기들의 침탈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기본생활권보장 정책을 편다. 하지만 체로키 인들의 눈물의 여로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역사에 깊이 각인된다.


인생은 노답, 사람에게 사랑만이 답이다.

저자는 이러한 슬픈 역사를 소설로 써서, 체로키 인들의 진실되고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고, 그들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를 알린다. 시시각각 새로운 모습으로 깨어나던 고향 산천을 선명한 이미지로 생생하게 묘사하고 추억한다. 이에 독자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심금을 울린다. 그가 얼마나 체로키 혈통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는가 알 수 있다. 그들의 꾸밈없이 순박한 삶의 이야기가 긴 울림을 준다.


인생은 뜻한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한 고비 산이 마주선다.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 작은 나무에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은 살아갈 밑거름이 되었다. 그 분들이 죽고 없어도 작은 나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은 그들이 주고 간 가르침 때문이다. 불공평하고 알 수 없는 미궁인 인생은 노답! 사람에게 사랑만이 답이다.


생각해 보는 문제


Q1.작은 나무는 다섯 살에 고아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고민이나 어려움 속에 살아간다. 그런 친구 또는 작은 나무에게 힘이 될 만한 위로의 말을 건네 보자.


Q2. 다음은 할아버지가 작은 나무에게 가르쳐 준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다. 아래 문장을 읽고 ‘자연보호 방법’에 대하여 생각을 나누어 보자.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 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야.”



Q3. 할아버지가 작은 나무를 구하려다가 방울뱀에 물려서 죽을 뻔 했다. 작은 나무가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하고, 괴로워할 때,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이미 일어난 일을 놓고 잘잘못을 따져서는 안 된다.’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기의 경험이나 의견을 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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