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길들인 붓끝은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선을 긋고
긴 밤을 뚫고 밝아오는 새날은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뻔한 길에서 넘어지고
노련한 그가 사고를 친다
사랑하는 그대여,
아는 길도 물어가고
젖은 날엔 쉬었다 가라
아는 척 잘난 척,
제 뿔만 믿다가
사슴은 덫에 걸린다
저만의 길로 앞서가는 사람아
구름 속을 뚫고 가는 달님처럼
어우렁더우렁 흐르기를
두터운 껍질을 깨고
문열고 새 바람을 들이기를
잘된 일, 안 된 일도
누구 탓이 아닌 것을
모든 것이 한 점,
소실점에서 피고 진다
가는 바람 막지 말고
오는 바람 품기를
푸른 새벽 머리감은 달님이
얼굴을 내밀고 안부를 묻는다